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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기

ANA 타고 다시 온 도쿄, 남자들끼리 긴자 맛보기 [간토/관동 1]

by 토키 TOKI 2024. 3. 18.
京橋渡れば更に又 光まばゆき銀座
쿄바시를 건너면 다시 또 눈부신 긴자거리

道には煉瓦をしきならべ なみ木の柳 風すずし
길에는 가스등을 나란히 하고 가로수의 버드나무잎, 바람은 시원하네

 

- 도쿄지리교육전차창가(東京地理教育電車唱歌) 14절

 

겨울방학이 시작하고도 2주 이상 지난 1월의 어느 날,

대략 반년 전부터 계획해 오던 친구들과의 여행을 성립시키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비행기표를 알아보다가 인천-나리타 저가항공과 김포-하네다 ANA가 가격적으로 큰 차이가 없길래,

ANA(전일본공수)로 결정했습니다. 42만 원이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오는 김포공항 국제선, 처음 타는 일본 국적기,

(일본행 한정) 처음 타는 FSC, (일본행 한정) 처음 먹을 기내식.

처음에서 우러나오는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3+3+3 배열의 광동체도 일본 갈 때는 처음 탔네요.

해외여행의 시작인 공항과 비행기는 원래도 설레는 법이지만,

이때만큼은 그 설렘이 두 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륙한 지 얼마 안 돼서 기내식이 나왔습니다. 

ANA(전일본공수)가 일본 국적기니까 일식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비빔밥이 나왔네요. 그럭저럭 괜찮은 맛이었고(여기서 먹으면 뭐든 안 맛있겠냐마는...)

무엇보다 맥주, 우유, 주스, 차 등 음료의 종류도 많고 전부 달라는 대로 주시던 게 좋았네요.

 

 하네다 공항(도쿄 국제공항).

2023 스카이트랙스 기준 세계 최고의 공항 순위에서 3등을 차지한 일본 최대의 공항입니다.

(1등 싱가포르 창이, 2등 카타르 도하, 4등 인천)

 

치바현에 있는 나리타 공항에 Welcome Tokyo가 있던 게 생각나네요.

이번에는 진짜 Tokyo에 발을 딛으며, 짐을 챙기고 공항철도를 타러 향했습니다.

 

하네다 공항이 나리타 공항에 비해 갖는 장점은,

역시 도쿄 도심과 가깝다는 점이겠네요.

(나리타에 스카이라이너가 있긴 한데, 그건 비싸니까...)

 

하네다 제3터미널에서 도쿄 도심까지는 크게 3가지 방법으로 갈 수 있습니다.

1. 케이큐 공항선
: 쾌특, 급행, 보통 등 여러 종별이 있지만 
가장 빠른 에어포트 쾌특은 시나가와역까지 무정차로 11~12분 만에 이어줍니다.
(그 다음 등급인 쾌특도 13~15분 정도)
시나가와역을 지나 아사쿠사선, 케이세이 전철과도 직결운행하기에
신바시, 긴자, 닌교초, 아사쿠사에 숙소가 있으면 good. 

2. 도쿄 모노레일
: 공항쾌속을 타면 하마마츠쵸역까지 무정차로 14분 정도.
다만 케이큐가 327엔인데 반해 모노레일은 492엔으로 가격 차이가 좀 있죠.
장점으로는 모노레일 열차 내부에 짐 둘 곳이 많고
아키하바라나 우에노로 가는 경우 이쪽이 살짝 더 빠릅니다.

3. 버스
: 도쿄역 1000엔, 시부야 1100엔, 신주쿠 1400엔 등 가격은 가장 불리합니다.
나리타 공항에서는 버스가 가장 저렴했는데...
다만 환승없는 것이 최대 장점이네요.
전철로 도쿄역이나 시부야/신주쿠/이케부쿠로로 가려면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캐리어도 끌고 혼잡한 야마노테선을 타기보다
쾌적한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나아 보이네요.

 

정리하자면

숙소가 시나가와, 신바시, 긴자, 아사쿠사, 요코하마 등이면 케이큐.

하마마츠쵸, (도쿄, 아키하바라, 우에노) 등이면 모노레일.

시부야/신주쿠/이케부쿠로가 숙소이거나, 도쿄까지 환승 없이 가고 싶다면 버스.

 

물론 도보/택시의 경우도 있긴 합니다. 

솔직히 모노레일은 별로 메리트가 없고, 저렴한 케이큐편한 버스의 대결이 되겠네요.

가장 좋은 것은 숙소를 시나가와로 잡는 것이 되겠고요.

 

저희는 뭘 탔냐고요?

숙소는 이케부쿠로역 근처고, 케이큐 타고 시나가와에서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탔습니다.

시간이 금요일 오후 11시~12시 정도였는데, 야마노테선 인파가 쉽지 않았네요.

가족이나 연인과 왔다면, 이케부쿠로까지는 무조건 버스가 낫습니다.

 

이케부쿠로역도 신주쿠역 다음으로 혼잡한 역이라 숙소까지 가는 데 꽤나 헤매었네요.

그나마 숙소가 역 바로 근처에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다음날, 저희가 간 도쿄 첫 여행지는 긴자입니다.

이케부쿠로에서 긴자역까지는 마루노우치선으로 바로 올 수 있지만,

저희는 유라쿠초선을 타고 신토미초역에 내렸습니다.

 

바로 위 사진 속 빵집, '소금빵 팡 메종 긴자점'을 가기 위해서죠.

(일본어 이름은 소금빵집 pain maison 긴자점)

긴자점인데 긴자역보다는 신토미초역이나 히가시긴자역에 가깝습니다.

 

내부 모습은 이렇습니다. 아침부터 갔는데 줄이 좀 있더라고요.

기본 시오빵(소금빵)은 110엔이었고 메론시오빵, 앙버터시오빵 등 다른 종류는

몇십엔 정도, 약간 더 비쌌습니다. 저는 기본과 메론 하나씩, 그리고 초코우유를 골랐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빵집을 많이 가본 것은 아니지만,

이 가게보다 만족한 곳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1. 맛

: 방금 막 구운 것 같은 빵은 버터향이 가게 앞에서부터 진동을 합니다.

거기다 겉바속쫄, 소금빵의 정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메론시오빵도 바깥 껍질 부분의 메론맛+버터향+바삭함이 환상적이었네요.

 

2. 가격

: 한국 카페나 베이커리에서 소금빵 2000원 이하로 파는 데가 있으려나요...?

   110엔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인데 맛도 훌륭합니다.

 

단점이라면 웨이팅이 있고, 근처에 앉아서 먹을 곳이 없다는 것이겠네요.

저희도 근처 아무 데나에서 서서 먹었습니다.

 

긴자의 여러 건물들은 10시 반이나 11시 정도에 열기에

아침 일찍 도착했다면 살짝 곤란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빨리 여는 곳(10시)이 이 길쭉한 건물의 문구점, 이토야 긴자점입니다.

 

둘러보느라 내부 사진은 못 찍었는데,

펜부터 노트 앨범 스티커 종이 파스텔 등 온갖 문구류는 다 모여있습니다.

심지어 11층에는 사진처럼 식물도 키우고 있었네요.

 

아무튼 120년 역사의 문구점답게 문구류를 좋아하신다면 구경만 해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가격대가 높아서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펜이나 아기자기한 것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네요.

저도 모르게 1시간 넘게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좌: 마츠야 백화점, 우: 긴자역 근처의 세이코 하우스 긴자 홀

 

긴자는 사실 올지 말지 고민을 좀 했던 곳입니다.

명품이나 쇼핑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곳인데 저희는 그런 게 아니었거든요.

남자들끼리 뭔 명품에 쇼핑에 백화점이냐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막상 와보니 한국의 청담동이나 압구정보다 훨씬 넓고 웅장해서 느낌이 사뭇 달랐습니다.

 

또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가 되어 사진 찍기도 좋아서,

쇼핑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은 와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아무튼 이토야 이후 무인양품 플래그십 스토어도 들렀는데 사진이 없네요.

건물이 무지 크고, 무인양품 호텔도 같이 있던 게 신기했네요.

 

긴자 식스는 2017년 개점한 긴자 최대 규모의 복합 쇼핑몰입니다.

일단 건물 내부 구조가 좀 특이하고, 지방시 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 매장은 물론

식품관과 현대 아트 갤러리 등도 있어서 꼭 쇼핑을 하지 않더라고 올 만 합니다.

 

6층에는 스타벅스(+스타벅스 리저브바)와 츠타야(서점)가 같이 있어서

쇼핑 중에 쉬어가기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고, 저희도 여기에서 시간을 좀 보냈습니다.

 

긴자 식스 맞은편의, 유니클로 긴자점입니다.

유니클로는 한국에도 있지만, 여기를 굳이 와본 이유 2가지.

 

1. 엄청 큽니다. 12층 건물 통째로 유니클로 매장인데 이렇게 큰 곳은 흔치 않죠.

물건 종류도 많고 없는 게 없지만 사람도 많습니다.

 

2. 11층 UT스토어의 한정판 옷들. 귀여워서 사온 오른쪽 사진의 티셔츠도

긴자의 어디 빵집과의 콜라보 제품인데, 여기서만 구할 수 있는 저런 옷들이 있습니다. 


하네다공항 입국부터 긴자까지의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칠까 합니다.

 

긴자는 도쿄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목적과 컨셉이 확실한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시부야나 신주쿠는 이것저것 모여있는 반면

긴자나 아키하바라는 명품/럭셔리, 서브컬처의 느낌이 강하죠.

그래서 쇼핑에 관심이 없으면 굳이 가야 할까에 대한 생각도 했습니다.

 

다녀온 결과,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거리도 예쁘고 이것저것 많긴 하지만 결국 주가 되는 것은 명품, 백화점, 쇼핑입니다.
그렇기에 남자들끼리, 혹은 쇼핑이나 명품에 관심이 없는 사람끼리의 짧은 도쿄 여행에서
긴자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후회되지는 않습니다. 주말에 차 없는 거리가 되면 걸어 다니기 좋고,

괜찮은 식당도 많기 때문에 한 번쯤은 올 만 합니다.

만약 도쿄에 살게 된다면 주말에 커피 한 잔 들고 다니면 좋겠네요.

 

다음 편에서는 신바시에서의 점심 식사부터 소개할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