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 여행기

여름 아라시야마의 더위+인파+등산=??? [츄부-간사이 9]

by 토키 TOKI 2024. 3. 2.
花に紅葉に春秋の / 眺め絶えせぬ嵯峨御室
꽃에 단풍에 봄가을의 경치가 끊이지 않는 사가 오무로 

嵐の山の朝夕に / 景色優れし渡月橋
아라시야마의 아침저녁으로 풍경이 빼어난 도게츠교

- 산인철도창가 3절

 

오늘 소개할 곳은 교토 시내랑 다소 떨어져 있지만 그만큼 갈 가치가 넘치는,

교토에서 가장 좋았던 아라시야마를 소개하려 합니다. 

 

자고 있는 일행을 두고 잠시 아침 먹으러 나왔습니다.

 

일본 와서 먹고 싶었던 게 있는데 바로 야요이켄입니다.

 24시간 일본 가정식 백반 음식점인데, 가격도 저렴하고

아침으로 먹기 든든해 보여서 이날 아침에 교토역 근처 지점에 방문했습니다.

아마 미니 스키야키 세트를 주문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스키야키는 너무 좋아하지만 일본에서 제대로 먹으려면 비싸니까 이렇게라도ㅜㅜ.

밥은 무한리필에 가격이 500엔 언저리로 저렴했습니다.

막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아침에 따뜻한 미소시루와 밥, 고기를 위에 수납할 수 있다는 게 좋았네요.

호텔 조식도 좋지만 야요이켄이나 3대 규동(요시노야, 스키야, 마츠야) 같은 데는 진짜 '로컬'이니까

안 가보셨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여행의 소소한 재미가 되지 않을까요...?

 

JR 서일본의 사가아라시야마역.

교토역에서 아라시야마까지는 JR의 산인 본선(사가노선) 이용하시면

한 번에 갈 수 있고, 구글지도 기준 16분에 240엔 정도 듭니다.

 

 참고로 아라시야마로 가기 위해 이용하는 철도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1. JR 서일본 - 사가아라시야마역

: 교토역에서 올 때 가장 편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며
간사이 와이드 패스, 간사이 패스 등 JR 서일본 계열 패스가 있으면 이용합시다. 
참고로 제가 산 다카야마-호쿠리쿠 패스로는 못 탑니다.   


2. 한큐 - 아라시야마역
: 교토가와라마치역에서 오는 경우 한큐를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가쓰라역에서 환승).
스루패스(스룻토 간사이 패스)가 있는 경우도 한큐를 탑시다.
오사카 우메다에서 오는 경우, JR과 비교하면 시간은 비슷한데 저렴합니다.

JR) 오사카역-(신쾌속)-교토역-사가아라시야마역: 50~60분에 990엔.
한큐) 오사카우메다역-카츠라역-아라시야마역: 45~55분에 410엔.

다만 역이 도케츠교 남쪽에 위치해 있어서
텐류지, 치쿠린, 조잣코지, 기오지 등 아라시야마 북쪽의 관광지들과 멉니다.


3. 란덴 아라시야마 본선 - 아라시야마역
: 텐류지, 도게츠교 등 아라시야마의 관광지들과 가장 가까운 역이지만
노면전차(트램)인지라 소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감성은 있지만, 그냥 JR이나 한큐 타는 게 낫습니다. 


 

교토역이나 JR 열차 안이나 사람이 많아서 사진 찍을 여유가 없었네요.

월요일이어서 학생이나 직장인도 꽤 있었고 서양인 관광객도 많더라고요.

 

텐류지

아라시야마는 여러 관광지가 모여 있는 일종의 관광단지입니다.

뭐 사람들이 주로 가는 곳은 대체로 정해져 있지만요. 우선 처음 방문한 텐류지입니다.

텐류지 본당 가는 길에 이것저것 볼 게 있어서 찍어봤는데, 

연꽃을 보니 이곳이 관광지이기 전에 절이었음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아마 여기가 본당 앞일 겁니다.

왼쪽에는 정원도 있는데, 본당 내부+정원 세트 입장료가 800엔이었습니다.

딱히 끌리지 않아서 패스했는데 구글지도의 사진들 보니까 정원만큼은 들어가 볼걸 그랬네요.

치쿠린

텐류지를 뒤로하고, 사람들이 아라시야마 하면 떠오르는 2개의 이미지 중 하나,

치쿠린(죽림)에 왔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이따가 보여드릴게요. :)

 

뭐 담양 죽녹원이랑 비슷하다는 말도 있는데 거긴 안 가봐서 모르겠고,

울창한 대나무숲 사이를 걸어가는 건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아침인데도 사람이 꽤나 많고(서양인+중국인 상당히 많음) 덥고 습했어서 걷기 힘들었네요.

열매에 초점을 맞추고 뒤에 토리이를 배경으로 괜찮은 느낌의 사진을 기대했는데,

생각처럼 안 나왔네요. 사람이 많아서 사진 찍기 살짝 힘든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치쿠린을 가로지르는 철로.

아마도 사가노 관광철도 아니면 산인 본선 둘 중 하나인데 어딘지 모르겠네요...

젤다의 전설의 코르그가 생각난 귀여운 상.

나중에 치쿠린을 또 오면 밤늦게나 아침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나무도 많고 사람도 많았던 치쿠린을 뒤로하고 조금 한적한 곳으로 가보려 합니다.

다음 목적지 가는 도중 작은 놀이터가 있어서 시소 한번 타줬습니다.

치쿠린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사람이 확연히 적어지더라고요.

사람 많은 거 싫어하는 저로서는 이런 고즈넉한 시골길 같은 분위기가 더 좋았네요. :)

조잣코지

아라시야마는 대체로 도게츠교 주변으로 이것저것 많아서 관광객들도 그쪽에 많지만,

저는 살짝 북쪽에 떨어진 절들이 사람도 없을 것 같고 마이너해서 관심 있었습니다.

세이료지, 기오지 등이 있지만 다 갈 수는 없으니 선택을 해야겠죠.

그래서 온 곳이 조잣코지, 한국식 한자 발음으로는 상적광사입니다. 입장료 500엔!

 

이때는 여름이라 이런 초록초록한 이미지였는데,

안내책자 보니까 사계절마다 분위기와 뷰가 가지각색으로 달라지더라고요.

특히 가을의 단풍 가득한 사진이 정말 예뻐 보였습니다.

조잣코지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면 꼭대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등산입니다.

산은 아니고 언덕 정도?

하필 이때 니트 조끼를 입고 가서 땀범벅이 되었네요...

 

 

힘들게 올라와서 그런지 전망은 예뻤습니다.

교토는 절, 신사 외에도 이런 자연의 매력이 있어서 좋아하는 도시입니다.

내려오는 길에 예뻐서 찍은 사진.

초록초록 배경+물은 안 예쁘게 나오기가 힘든 조합이죠.

가나자와 오야마 신사에 있던 정원이 생각나네요.

 

아무튼 조잣코지는 치쿠린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고, 사람도 적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약간의 등산이 수반되는 건 별로지만 그만큼 예쁜 전망도 기다리고 있으니

꽤나 추천하는 바입니다!

 

니손인~오르골박물관~카페 휴식

그때는 '여기 뭐 하는 데지...' 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알아보니까 니손인이라는 절이고 단풍이 정말 예쁜 곳이라 합니다.

코카콜라 뚱캔이 100엔? 당장 우리 동네에 가져와.

도게츠교로 가는 길은 사람 없고 조용하니 좋았습니다.

가다 보면 철도 지나서 아라시야마 오르골 박물관이 있습니다.

꼭 가려던 곳은 아니며 더워서 들어왔고, 1층에서 오르골 소리 들으며 구경하다 보니

뭔가 안 사고 나가기 그렇고 하나 정도는 소장하고 싶어서 샀습니다.

제일 싼 거지만 1700~1800엔 정도 하더군요.

휴식을 위해 카페로 들어왔습니다.

Ueshima Coffee House라는 곳인데, 주문받은 점원 분께서 한국인이셨습니다ㅋㅋ.

일행이 주문할 때 약간 얼타고 있으니까 한국인인지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전 그런 줄도 모르고 일본어로 주문했네요...

커피 맛은 잘 기억 안 나는데 카페 내부 인테리어가 괜찮고

무엇보다 에어컨이 극락이었습니다.

도게츠교

아라시야마 하면 떠오르는 두 번째 이미지. 카츠라강그 위의 도게츠교입니다.

이 탁 트인 개방감이랑 흐르는 강의 시원함이 말도 안 되게 좋았습니다.

앞에서 본 치쿠린이나 조잣코지도 좋긴 했지만,

여기가 아니었으면 아라시야마가 저한테 S급 여행지로 기억되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도게츠교 근처의 왠지 모르게 한국인이 많이 찾는다고 들은 %커피(응커피)입니다.

커피는 아까 먹었으니까 또 먹진 않았지만, 확실히 이 경치 보면서 마시는 커피는

그 어떤 시럽이나 설탕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이겠거니 생각됩니다.

안의 검은 옷은 땀범벅이었다가 카페에서 좀 말랐는데,

몇십 분 후 다시 젖을 예정ㅜㅜ.

아라시야마 몽키 파크 이와타야마

도게츠교를 건너와서, 건너편에는

아라시야마 공원도 있고 한큐아라시야마역도 있지만, 저는 몽키 파크로 향했습니다.

 

한 가지 유념하셔야 할 점은,

가는 길이 등산 그 자체입니다. 조잣코지 정도의 언덕길인줄 알았는데 비교가 안 됩니다.

구글지도에서 Iwatayama peak rest house라는 곳까지 올라와야 하는데,

땀나기 싫거나 등산 싫으시면 몽키 파크는 과감히 포기하시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네요.

원숭이 언제나와... 언제나와... 하다가

전망대까지 가니까 비로소 알현을 허락해 주신 원숭이님들.

만지면 안 된다고 해서 사진만 찍다 왔습니다.

원숭이도 많지만 일단은 산에 있는 전망대이긴 합니다.

 

이곳저곳에 많이 있는데 원숭이 아니랄까 봐

다들 어딘가에 올라가 있네요. 물론 땅에 있는 녀석들도 많았습니다.

원숭이도 더운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축 늘어진 게 오쿠노시마의 토끼들이 생각나네요.

저에게 엄청난 청량감과 만족감을 주었던 카츠라강을 뒤로하고,

이젠 남조선으로 갈 때가 되었네요.

사가아라시야마역에서 교토역으로 이동.

교토역에게도 이젠 안녕을 고하고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하루카를 탑니다.

교토와 간사이 공항을 이어주는 JR 서일본의 특급 열차 하루카

다카야마-호쿠리쿠 패스로 탑승이 가능합니다만, 자유석 only.

그래 뭐 태워주는 게 어디야.


원래는 오후 2시 반쯤 하루카 타고 간사이 공항 가서 6시 비행기 타려 했는데,

모종의 사건이 벌어져서 끝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아무튼 이렇게 교토가 마무리되네요.

아라시야마는 다 괜찮았지만 무엇보다 도게츠교와 카츠라강이 가장 좋았습니다.

교토의 다른 관광지랑 멀긴 해도, 올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칩니다.

 

교토, 제대로 여행해 본 건 이때가 처음인데 왜 일본 최고의 관광도시라 하는지 알겠네요.

물론 절, 신사, 자연, 교토틱한 거리 등에 관심 없는 분들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다 마음에 들었고 그 양도 충만해서 재방문의사가 정말 높은 여행지 중 하나입니다.

일주일 정도 교토 내의 관광지들만 돌아다녀도 재밌겠다 싶습니다. 

 

오사카도 좋고 나라도 좋고 고베도 좋지만, 

 간사이 여행이 도쿄 여행과 비빌 수 있는 이유의 정말 큰 부분은

교토가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도시에서 뵐게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