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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기

가나자와 下편 - 금박의 도시, 교토를 담다 [츄부-간사이 6]

by 토키 TOKI 2024. 2. 26.
第九師団も県庁も / 皆此町に集まりて
海の外までひびきたる / その産物は九谷焼(くたにやき)

제9사단도 현청도 모두 이 마을에 모여있어서

해외에도 인기로 아우성인 그 산물은 쿠타니야키

 

- 철도창가 제4집 호쿠리쿠 본선편 57절

(*제9사단:  청일전쟁 직후 군비확장의 필요성에 의해 신설되어 가나자와에 주둔지를 둔 일본 육군 사단)

(*쿠타니야키: 이시카와현의 전통 공예 도자기)

 

역시 저는 소도시가 좋습니다.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도, 한적한 시골도 좋지만

적당한 소도시 - 가나자와, 나가사키 이런 곳의 인상이 강하게 남습니다.

 

아무튼 가나자와에서의 마지막 일정. 시작합니다!

 

전날 비에 젖은 생쥐 꼴로 숙소에 들어와서, 잘 자고 다음 날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숙소 밖으로 보이는 철도는 소음이 약간 있긴 했지만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숙소 로비는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토요코인이나 APA 등 다른 비즈니스 호텔보다 고급스러움 두 꼬집 첨가한 느낌입니다.

체크아웃하고 오전 일정을 소화하러 가볼까요?

 

오미초 시장

짐은 호텔에 맡겨두고, 버스 타고 오미초 시장에 왔습니다.

동해를 접한 가나자와의 해산물이 메인에 해산물 외에도 이것저것 많이 팔아서 구경하기 좋고,

한국의 재래시장 느낌도 있네요.

 

사진 출처: 구글

원래는 사진의 '오오쿠라'라는 가게에서 아침을 먹으려 했습니다.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고 스시 구성도 괜찮아서 가려했지만, 11시부터 영업이어서

저희가 갔을 때는 준비중이었네요. 저 대신 가나자와 가시면 들러주세요...

 

 

물 튀기는 소리가 나서 봤더니 서로 투닥거리고 있었네요.

역시 투곤 좋아하는 나라답습니다. 갑각류끼리의 싸움이니 투갑인가.

그래서 그냥 열려 있는 가게 중 가격 적당한 가게로 들어가 카이센동을 시켰고

가격은 1600엔 언저리였습니다. 가게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해산물은 물론이고 미소시루에 게가 들어 있어서 상당히 맛있었네요.

히가시차야 거리

오미초 시장도 유명한 관광지지만 밥 먹고 돌아다니는 거 말고 딱히 할 건 없습니다.

배도 부른데 소화도 시킬 겸 다음 목적지까지는 걸어가기로 하죠. :)

 

오른쪽 사진 전방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서 좀 더 가다가 우회전하면

호쿠리쿠의 교토, 히가시차야 거리가 나온답니다.

근데 다리 건너기 전 왼쪽에 예쁜 골목이 있어서, 안 들어가 볼 수 없었습니다.

 

여기는 그 다리 건너기 전에 찍은 뷰인데, 강도 예쁘지만 왼쪽의 길에 더 눈이 가네요.

가나자와에서 가장 예뻤던 골목길.

전날에 비가 온 터라 공기도 맑고 깨끗했습니다.

아마 이쯤에서 가나자와가 제 최애 도시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네요.

수국도 되게 오랜만인데, 비 온 다음 날의 촉촉함을 머금고 있습니다.

히가시차야 거리 가기 전,

이 왼쪽 골목 꼭 한번 들러보시기를 추천합니다!

혹시 몰라서 제가 걸었던 경로를 지도에 형광펜으로 표시해 봤습니다.

정말 추천하는 루트!

히가시차야 거리 표지판이 보입니다. 여기 사진도 뭔가 느낌 있지 않나요?

사진 출처: 구글

히가시차야 가기도 전에 예쁜 골목에 심취해서 정작 히가시차야 거리 사진은 예쁜 걸 못 건졌네요.

 

구글에서 긁어왔는데 요런 교토스러운 이미지고,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사람이 많아서 사진 예쁘게 찍기는 힘들었네요.

가나자와(金沢)의 한자에는 '금'이 들어갑니다. 예로부터 금박으로 유명한 도시가나자와는

곳곳에서 이렇게 금박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고, 저는 여기 히가시차야에서 처음 먹어봤네요.

원래라면 400엔 정도 하는 게 정상인 아이스크림 금박 하나 붙였다고 900엔이 되어버립니다.

금박 붙였다고 해서 맛의 변화는 없고, 입술에 금박이 붙으니까 다 먹고 거울 한 번씩 보세요!

히가시차야 근처의 버스정류장. 의자가 특이해서 한번 찍어봤습니다.

 

사실 히가시차야 거리의 규모가 그렇게 크진 않아서 1시간 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버스 올 때까지 근처 돌아다녔는데 여기서 또 괜찮은 사진 몇 장 건졌네요.

은근 잘 찍지 않았나 생각하는 비둘기와 놀이터.

다리와 메뚜기. 꽃과 ailu. 

히가시차야에서 버스 타고 가나자와역으로 가야 하는데, 버스 잘못 타서 이런 데로 왔습니다.

그땐 '쿠라시노'의 의미를 몰랐기도 하고 시간도 부족해서 그냥 지나쳤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옛날 중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민속 박물관이네요. O v O

 

*쿠라시노(の): 살림의, 생활의

 

짐 찾고 가나자와역에 와서 열차 표 끊으니 시간이 약간 남아서 츠즈미몬 찍었는데,

이런 전통미 있는 특이한 역 상당히 좋아합니다.

큐슈의 다자이후역, 군마의 시부카와역이 그렇듯이.

 

이런 거 하나하나가 각 지역에 특색을 불어넣고, 차별점을 만드니까

일본의 지방/소도시/시골 관광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비결이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가나자와도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네요.

슬프지만 다음 도시도 재밌길 바라면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탑승한 열차는 오사카행 JR 서일본의 특급 열차 선더버드.

호쿠리쿠 신칸센이 츠루가까지 이어지면, 더 이상 가나자와역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장장 3편에 걸친 가나자와 여행기가 끝이 났네요. 인구 46만에 정령지정도시도 아닌 곳이지만,

이 도시가 너무나도 좋게 느껴졌으니까 사진도 많이 찍고 소개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3편이나 할애했다고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최애 도시 1위를 지키고 있는 가나자와.

언젠가 더 좋은 여행지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가 오기까진 꽤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가나자와가 왜 좋았느냐에 대해 한번 생각하고 정리해 봤습니다.

 

1) 도시가 '미'적이다 : 상편에서도 한번 언급한 거 같은데, 미적으로 신경썼다고 보여지는 요소를
도시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소한 골목길부터 정원, 미술관, 신사까지요.

2)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 도시 규모에 비해선 관광도시라 볼 수 있겠으나
도쿄 교토 오사카 삿포로 후쿠오카 히로시마 요코하마 등에 비해서는
훨씬 쾌적하고 조용한 편입니다. 그나마 서양인이 좀 있긴 합니다만,
그마저도 많지는 않고 그러다 보니 남들이 모르는 숨겨진 보물 같은 여행지처럼 생각되네요.

3) 사람들이 친절하다 : 이건 좀 주관적인 점이고 솔직히 일본 웬만한 곳 다 친절하지만,
제가 이 도시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다른 일본 도시들보다 특히 기억에 남네요.우동집 아주머니,
오야마신사 앞 기념품 가게 점원분, 겐로쿠엔 티켓 살 때 한국인이라 하니까 '감사합니다' 해주시던 직원분,
21세기 미술관에서 한국 좋아한다면서 이것저것 설명 열심히 해주시던 직원분, 카레집 사장님, 놀이터 할머니.

 

물론 한국에서 가기가 쉽지 않2박 3일 정도 있다 보면 어... 이제 볼 거 없는데?

라고 할 만한 단점이 있습니다만 그 정도 단점은 장점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죠.

겨울에 가면 더 이쁠 거 같은 도시이고 시라카와고랑 연계도 가능하겠네요.

이 정도면 가나자와 예찬은 충분하겠죠? ㅎㅎ

 

다음 도시는 유명하지만 가도 가도 가볼 곳이 넘쳐나는 곳. 일본에서도 이런 도시는 거기밖에 없죠.

그럼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저는 다음 도시에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