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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기

시라카와고, 세계문화유산이 된 아름다운 산속 마을 [츄부-간사이 3]

by 토키 TOKI 2024. 2. 22.

 

なつかしい日本の原風景が広がる世界遺産白川郷合掌造り集落

그리운 일본의 원풍경이 펼쳐지는 세계유산 시라카와고 갓쇼즈쿠리 집락

 

다카야마 도착 후 오후에 다녀왔던 시라카와고.

 

그동안 여행지 중에서 정말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미야지마, 오노미치, 에노시마, 나가사키, 미야지다케 신사, 에스콘 필드 등이 있는데,

시라카와고도 여기에 전혀 꿀리지 않는,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는 곳이었네요.

시간 맞춰 다카야마역 옆의 버스터미널로 향합니다.

버스표는 아까 다카야마역 도착해서 미리 끊었으니 그냥 타면 됩니다.

일행이 화장실 다녀온다고 늦을 뻔...

 

원래는 50분 정도면 가는 거리인데,

가는 길에 고속도로가 공사를 하는 바람에 우회해서 가느라 1시간 반 정도 걸렸네요 ㅜㅜ.

그래도 가는 동안 밖의 풍경은 좋았습니다. 

가는 동안 근처에 뭐가 있는지 기사님이 설명도 해주셨는데,

저 앞에 있는 건 미보로 댐이라고 하네요.

정상적인 루트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을 본 것은 괜찮았지만,

1시간 반의 버스 탑승은 괜찮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버스 뒤에 보이는 건물인 시라카와고 버스터미널에 드디어 도착. 

일행이 화장실 간 사이 근처를 둘러봤는데,

버스터미널 앞의 긴 길이 시라카와고의 메인인 듯합니다.

다카야마도 나고야에 비하면 시골이지만,

자연에 둘러싸인 진짜 시골에 오니 우선 공기부터가 너무 좋았습니다!

공기가 거기서 거기지 싶었는데 이런 곳에 오면 확실히 공기가 맛있다는 느낌.

눈이 즐겁기 이전에 코와 폐가 즐거웠네요. 

걸어 다니면서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을 보면,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습니다.

연두색 들판 사이를 조심스레 지나가는 개울의 끝에 위치한 전통 가옥들,

그리고 가장 뒤에서 초록의 색채를 더해주는 산이라는 배경. 이 공간의 아름다움이 전해집니다. 

시라카와고의 특징인 갓쇼즈쿠리.

 

사진과 같이 지붕의 경사가 높은 일본 전통 가옥이며,

지붕의 경사는 눈이 많이 올 경우 흘러내려가도록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시라카와고를 포함해 근처의 고카야마라는 곳도 갓쇼즈쿠리가 많은데,

두 마을 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죠. 

갓쇼즈쿠리에는 실제 주민들이 거주를 하고 계신 곳도 있으니,

관광은 하되 허가받지 않은 집 안이나 사유지까지 침입하면 안 됩니다! 


뜬금없이 생각난 건데, 일부 한국인들이 홋카이도의 비에이에서도

인생샷 하나 찍겠다고 도로 교통 방해하고 사유지에 들어간다던데,

그런 걸 보면 한국인이나 중국인이나 뭔 차이가 있나 싶습니다.

얼마 전 갔던 홋카이도 에스콘 필드의 지붕도 바로 이 갓쇼즈쿠리 모양을 본떠 만들었었죠.

특이한 모양 덕분에 마을이 관광지가 될 수 있었지만,

화재에 취약하니 마을 곳곳에서 담뱃불 등을 주의하라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사진 출처: 구글

마을 곳곳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물을 뿌리며 화재대피훈련을 한다는데, 장관이네요.

 

이곳이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애니메이션 '쓰르라미 울적에'의 배경이 되는 마을이기도 합니다.

저는 안 봤어서 잘 모르지만 이렇게 마을 곳곳에서 등장인물들을 찾아볼 수 있으니,

애니를 본 적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더 와볼 만한 관광지일 듯? 

가다보면 시라카와 하치만 신사라는 곳도 있는데 여기도 애니에서 인상적인 장소라 하네요.

신사 자체는 그렇게 특별한 건 없지만,

 다카야마에서의 신사처럼 주변 나무들과 어우러지니 무난하게 예뻤습니다.

 

마을 왼쪽에는 산을 등지고 오른쪽에는 하천이 흐르고 있네요.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배산임수?

산을 등진 채 고고히 서있는 집 한 채, 적확한 배경이 되어주는 들과 꽃.

그림 같은 집이 뭐 별거겠어요.

 

마을에서 15분 정도 산길을 걸어올라 가면 전망대가 있습니다.

(산길까지는 아니고 포장도로긴 한데, 경사가 약간 가파른 편.)

매체에 등장하는 시라카와고의 전경 사진은 대부분 여기서 찍은 사진으로,

그야말로 시라카와고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전망대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다른 뷰에서 내려다보이는 시라카와고가 보이는데,

여기는 사람이 적어서 좋았네요.

 

이쪽에는 벤치가 있는데, 서양인 남자가 앉아서 풍경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홀로 집중하며 그림을 그린다니, 낭만입니다. 

직접 보면 그냥 말이 안 나오는 경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일본이 아니라 스위스 산골짜기 마을이라 해도 믿을 것 같네요.

누누이 말하지만 사진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니까 저기까지 가서,

두 눈으로, 직접 봐야 합니다. 

 

'뷰'만 놓고 보면 나가사키에서의 야경보다도 좋았던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출처: 구글

 

마지막으로 시라카와고에서의 겨울 사진 하나.

이곳은 호쿠리쿠 지방과 가까워서 겨울에 눈이 많이 옵니다. 

방에서 사진으로 보고 있어도 와 소리가 나오는, 진짜 너무너무 예쁜 곳.

여름의 녹음도 좋았지만 겨울의 설경이 환상적이어서 언젠가 겨울에 다시 오고 싶네요.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버스 타고 다카야마로 돌아갔습니다.

돌아가는 버스표는 아까 시라카와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수령했습니다.

시라카와고 관광 시간은 둘러보는데 2시간, 밥 먹고 갈 거면 3시간 정도 생각하면 될 듯하네요. 


뷰가 너무 예뻤던 시라카와고의 짧은 여행기였습니다.

자연과 집들의 분위기가 근사하게 어우러지고,

폐로 들어오는 깨끗한 공기는 걸어 다니는 행위에 엄청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금요일에 갔는데 관광객이 꽤 있었습니다. 너무 많다 싶을 정도는 아니었고,

일본인/중화권/서양인의 비율이 3:3:3 정도로 비슷합니다.

나머지 1은 한국/동남아/인도?

 

오늘은 볼 게 자연밖에 없었는데, 시골 중의 깡시골인데 다양한 컨텐츠를 기대하긴 어렵겠죠.

그렇지만 이 아름다운 마을 풍경 하나만으로도 대여섯 시간을 소비할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나고야에서는 너무 멀어서 그냥 1박 하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기 료칸들이 다 좀 비싸니까, 다카야마까지 껴서 1박을 하는 게 더 괜찮아 보이네요. 

 

나고야, 다카야마, 시라카와고에서 한국인을 거의 못 만났는데,

확실히 이쪽이 한국인들에겐 마이너한 여행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사람들한테 널리 알려지기보다는, 알 사람만 아는 곳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 여행지에서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