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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기

가나자와 上편 - 정갈하고 미적인 호쿠리쿠 중심 도시 [츄부-간사이 4]

by 토키 TOKI 2024. 2. 24.
津幡(つばだ)にかえり乗りかえて ゆけば金沢ステーション
츠바타로 돌아와 갈아타서 가면 카나자와 스테이션

百万石の城下とて さすが賑わう町のさま
백만석의 성의 아래에는 과연 번화한 마을의 모양

- 철도창가 제4집 호쿠리쿠 본선편 56절

 

호쿠리쿠 지방의 중심 도시, 가나자와!!

여행한 곳 중 가장 좋았던 도시인만큼 사진도 많이 찍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서,

3편 정도로 나눠 쓸 예정입니다. 

다카야마역~도야마역~가나자와역

가나자와의 지리적 위치는 동해(일본해)에 인접해 있으며, 

2024년 초 지진이 났던 이시카와현의 현청소재지입니다.

 

일본 3대 도시인 도쿄, 오사카, 나고야에서 셋 다 애매하게 먼 위치입니다.

가는 방법으로는 코마츠 공항 직항(대한항공)도 있고, 도쿄와 이어지는 호쿠리쿠 신칸센도 있고,

오사카나 나고야에서 특급 선더버드/시라사기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다카야마에서 갔지만...

 

 

다카야마에서 가나자와까지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갈 수 있습니다.

 

1) 도야마역까지 특급 히다를 통해 이동한 후, 호쿠리쿠 신칸센으로 갈아탄다. 
(위 사진 노란색 루트)

2) 버스를 타면 시라카와고를 거쳐 가나자와까지 환승 없이 이어준다.
(위 사진 빨간색 루트)

 

둘 다 다카야마-호쿠리쿠 패스 사용할 수 있지만, 웬만하면 2번을 권장합니다.

일단 도야마역까지 가는 특급 히다가 자주 있지 않고, 도야마역에서 환승이 요구되며,

철도가 시간적으로도 딱히 이득을 못 보기 때문입니다.

패스가 없는 경우에는 가격도 훨씬 비싸고요.

 

하지만 전 철도를 택했습니다.

철도와 신칸센의 낭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마침 열차 시간도 맞아떨어졌고,

또 이왕 패스 샀는데 신칸센도 한번 타야 본전 뽑는 거 아니겠습니까 ㅎㅎ.

 

비 오는 날 기차 타고 풍경 구경하는 건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맑을 때랑은 느낌 자체가 달라지잖아요?

'너의 이름은.'의 배경 중 하나인 히다후루카와역입니다. 걔네는 도쿄에서 여기까지 멀리도 왔네요.

 

히다가 달리는 타카야마 본선은 이노타니역부터 JR 서일본 운영구간으로 바뀌면서,

역명판도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합니다. 엣츄야쓰오역... 엣츄!! 

빗줄기가 슬슬 약해집니다.

저는 비 온 다음의 이 깨끗하고 촉촉한 공기와 냄새가 너무 좋더라고요.

 

 도시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보니 도야마역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신칸센 탈 생각에 두근두근하네요.

도야마역은 인구 40만 도시의 중앙역 치고 상당히 큰데,

나름 호쿠리쿠 신칸센 최속달 열차인 카가야키도 필수 정차하는 역입니다. 

호쿠리쿠 신칸센 W7계 츠루기 열차입니다. 앞부분이 방금 청소한 것처럼 깨끗하네요.

여행 끝나고 한국에서 탄 SRT의 앞부분은 청소가 안 되어 있어서, 신칸센과 비교되더라고요.

오른쪽 사진은 구글 출처

신칸센 내부에서 찍은 도야마역 앞의 모습. 도야마도 언제 한번 꼭 오고 싶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나고야에서 시작하는 알펜루트 패스를 사서 오고 싶은데,

패스값이 더 비싸져서 구매가 망설여지는 부분입니다. 

 

신칸센에서 찍은 영상. 히다에 비하면 정말 빨라졌다는 게 체감됩니다.  

도야마와 가나자와 사이 유일한 신칸센역인 신타카오카역.

여기서도 시라카와고나 고카야마로 가는 버스가 있습니다.  

도야마역 출발 이후 20분 정도 가다 보면 목적지 카나자와역에 도착합니다.

 

가나자와역의 상징과도 같은 저 떠받치는 북 두 개는 츠즈미몬이라고 합니다.

정면에서 좀 더 제대로 찍고 싶었는데 호텔 가는 길이 반대편이라 아쉽게 되었네요ㅜㅜ. 

호텔 가는 도중 발견한 작은 신사.

일본의 신사는 정말 어딜 가나 보여서 오가사라와 제도 같은 곳에도 지어놨을 것 같네요.

사진 출처: 구글 지도

숙소 체크인하고 근처에 있는 우동집 들렀습니다. 가게 이름은 お多福 中橋店.

 

별 기대는 없이 근처 식당 중 평점이 높길래 갔는데,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저는 쯔유 부어먹는 냉우동과 텐푸라를 시켰는데, 면발의 쫄깃함이 상상 이상에다

텐푸라도 바삭하고 우동과 잘 어울렸습니다. 일본에서 먹은 우동 중 가장 좋았을 정도?!

일행은 따뜻한 유부우동을 시켰는데, 한국에서 우동 잘하는 집이랑 큰 차이는 없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가나자와역 근처 맛집이었습니다. 

오야마신사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내렸습니다.

여기 버스의 문제가, 스이카 같은 전국 호환 IC카드가 안 먹혀요...?!

동전을 어느 정도 가지고 다니시는 게 가나자와 여행 시 편할 듯싶습니다.

호쿠리쿠 최대의 도시이지만 은근히 시골스러운 부분.

어딘가 일본답지 않은 느낌의 특이한 건축물이 반겨주는 이곳은 오야마 신사입니다.

여기서부터 가나자와 성 공원, 겐로쿠엔, 21세기 미술관까지 쭉 걸어가는 코스가 괜찮을 듯싶어서

그 시작점 역할로 골랐습니다.

 

오노미치와 오야마 신사를 통해 '꼬리 미' 한자의 훈독이 '오'인 것이 확실히 각인됐네요.

계단을 올라가면 평범한 신사이지만, 조금 오른쪽으로 가면 볼 게 있습니다.

연못과 함께 작게 정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게 뭐라고 또 은근히 예쁘더라고요.

 

언어의 정원에 나왔던 신주쿠교엔이 생각나는 초록초록한 정원입니다.

거기는 입장료를 받지만 여긴 무료입니다. 면적 차이가 크잖아.

 

연못을 뒤로하면 갈림길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가나자와 성 공원에 도착합니다.

 

가나자와 성 공원

이 다리를 통해 건너갈 수 있습니다.

구글지도 보니까 네즈미타몬 다리인데 복원된 지 얼마 안 됐다고 하네요.

건너가면 가나자와 성에 딸린 작은 정원인 교쿠센인마루 정원입니다.

 

여긴 사람도 많지 않고, 물과 다리와 나무의 조화가 꽤 아름답습니다.

구마모토 때 갔었던 스이젠지 조주엔 생각도 나는데,

그곳보단 넓지 않아서 둘러보기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겨울에 눈 쌓이면 더 예쁠 것 같네요.

사실 이때쯤부터 느꼈던 건데

이 가나자와라는 동네, 굉장히 '미' 적인 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느낌이 납니다.

 

가나자와역의 츠즈미몬, 오야마 신사 옆의 연못, 그리고 여기도.

나중에 겐로쿠엔, 21세기 미술관, 히가시차야 등을 보면서 더더욱 느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나자와가 점점 괜찮은 도시라는 생각이 드네요. 

10초 만에 식소다를 핥는...

가나자와 성 공원을 다 못 봤는데, 교쿠센인마루 정원이 끝인 줄 알고 걸음을 옮겼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다음 여행을 위해 컨텐츠 아껴놓는 셈 치죠. 

 

그리하여 21세기 미술관/겐로쿠엔/가나자와성 세 곳 사이의 사거리에 도착했습니다.

겐로쿠엔 가기 전에, 위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신사에 사람들이 몰려있길래 한 번 들러봤습니다.

이시우라 신사

이시우라 신사입니다.

사진 출처: 구글 지도
 

신사 자체는 상당히 아담한 사이즈고 미니 센본토리이가 여기도 있습니다.

그래도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는 꽤 길어요.

근데 이런 곳에 왜 사람이 몰려있는지는 못 알아냈네요. 아무나 붙잡고 물어볼 걸 그랬습니다...

신사 안에서 찍은 토끼. 누가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고 지나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이런 거 하나하나가 되게 예뻐 보였습니다.

이 도시에 대해 눈에 콩깍지가 씐 걸 수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곳곳의 사소한 디테일이 맘에 들었습니다.

겐로쿠엔 가는 길에 보인 하트모양 풀떼기!

가나자와에 대한 호감도 상승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블로그 작성 시점에서는 과거진행형이 맞지 않을까.

 


 

이 정도로 가나자와 上편은 마무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가나자와의 메인 여행지인 겐로쿠엔, 21세기 미술관, 히가시차야 거리 등은

다음 편에서 우루루 소개할 예정입니다.

 

다른 곳 보다도 유독 가나자와는 제 갤러리에 사진이 많이 저장되어 있고,

소개하고 싶은 곳도 많기에 글이 길어지는 것 같네요. 

그럼 다음 편, 겐로쿠엔에서 만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