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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기

노잼도시? 난 잘 모르겠던데... 나고야 반나절 여행 [츄부-간사이 1]

by 토키 TOKI 2024. 2. 20.
めぐみ熱田の御やしろは / 三種の神器の一つなる
은총받은 아츠타의 신궁은 세 개의 신기 중에 하나가 되는

その草薙の神つるぎ / あおげや同胞四千万
그 쿠사나기의 신검을 우러러 보는 4천만 동포

- 철도창가 제1집 도카이도 본선편 33절

 

이번 여행의 시발점이 되었던 일본 제3의 도시, 나고야입니다.

여행에 이용했던 다카야마-호쿠리쿠 패스는 JR 도카이와 JR 서일본이 손잡고 발매했으며

연속 5일 동안 이용할 수 있는 패스입니다.

저는 클룩에서 14260엔에 샀는데 글 작성 시점에서는 19800엔으로 인상되었습니다.

가나자와-츠루가 간 신칸센이 연장된 것은 좋지만

그럼에도 19800엔이라는 가격은 결코 저렴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호쿠리쿠 여행 시에는 그냥 JR 서일본의 간사이 호쿠리쿠 패스(19000엔)

혹은 호쿠리쿠 패스(7000엔) 쓰는 편이 나아 보입니다.

나고야 in 오사카 out 일정이나 그 반대인 경우에는 한 번쯤 검토해 볼 만한 패스이지만,

그런 경우마저도 신칸센이나 킨테츠의 특급을 타는 편이 나을 수도 있기는 합니다. 

저의 경우 나고야에서 출발해 반시계방향으로 쭉 도는 여행입니다.

그러면 다음 여행지들이 어디가 될 지도 대충 짐작이 가시겠죠?

츄부센트레아공항 ~ 나고야역

츄부 센트레아 공항 2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철도가 있는 1 터미널까지는 걸어서 꽤 시간이 걸렸지만,

가는 길에 무빙워크가 깔려 있어 그리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츄부 센트레아 공항은 인공섬에 지어져 있고 시내 중심부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는 점이

간사이공항과 여러모로 비슷합니다. 기타큐슈 공항도...

 

나고야역까지는 JR 노선이 없어서 위의 다카야마-호쿠리쿠 패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대신 메이테츠(나고야 철도)만이 공항철도를 운영 중이기 때문에

특급 뮤스카이 등의 열차를 타고 나고야역까지 갈 수 있습니다.   

 도카이 지방의 중심 나고야역에서 만남의 광장, 약속 장소 역할을 담당 중인 금시계입니다.

 

나고야역은 처음이라 길 찾기가 힘들었네요.

메이테츠나고야역에서 JR 나고야역 쪽의 금시계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 여행 잔뼈가 제법 굵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아닌가 봅니다...

 

나고야역 위에 위치한 JR 센트럴 타워즈로, JR 도카이 본사가 위치한 빌딩입니다.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도카이도 신칸센을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나고야역 근처는 하카타/삿포로역 주변보다 확실히 대도시 느낌으로, 

이곳이 괜히 일본 제3의 도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후시미역과 나고야역 사이에 위치한 숙소로 가던 도중 발견한 아리마 카나.

이번 여행 중 꽤 자주 마주쳤습니다. 

오스 상점가

숙소에 체크인 후, 지하철을 타고 온 곳은 오스칸논역입니다.

오스칸논은 사찰인데 사실 이걸 보러 온 것은 아니고,

나고야의 몇 없는 관광지인 오스 상점가까지 걸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로 오스 상점가는 카미마에즈역으로 가도 되는데,

저는 아래의 가게를 들르는 동선 상 오스칸논역에서 내렸습니다.

오스 상점가에서 처음 간 곳은 좁은 입구의 'Alice on Wednesday', 수요일의 앨리스입니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관련 굿즈들을 파는 곳입니다.

 

내부가 넓지는 않은데 사람이 적지 않고 여자 손님의 비율이 높습니다.

저는 쭉 둘러보다가 머그컵 괜찮아 보이길래 하나 샀네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물건들이 많아서 오스상점가 오시면 가볼 만한 특이한 가게입니다. 

여기가 아마 WonderGOO라는 오타쿠 가게였을 겁니다.

삿포로에서 그렇게 찾아도 없던 최애의 아이와 봇치더락 굿즈들이 여기 있네요.

물론 도시규모가 나고야>삿포로 인 것도 있지만,

그때보다 3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는 동안 상품들이 많이 나온 것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네요. 

 

아무튼 여기 오스 상점가는 상점가이지만 도쿄의 아키하바라, 오사카의 덴덴타운에 이어

츄부 지방에서는 가장 큰 오타쿠 상점가이기도 합니다.

원더구 근처에도 정글, 만다라케 등이 있어 같이 둘러보기 좋았습니다.

만다라케는 갔었는데 딱히 살건 없어서 그냥 왔고, 원더구에서 봇치더락 티셔츠 하나 샀습니다.

오스 상점가의 아케이드 거리 안에 안 어울리게 절이 있는데,

반쇼지라고 오다 노부나가와 관련 있는 절입니다.

내부까지는 들어가지 않았는데, 구글지도 리뷰 보니까 안에도 들어가 볼 만한가 보네요. 

오스상점가를 쭉 보고 나오는 길에 찍은, 카미마에즈역 주변의 평범한 길거리.

 

위 장소들 외에도 100엔샵, 드럭스토어 등도 둘러보았고

터키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었는데 그게 정말 정말 맛있었네요.

원래는 저만 사서 일행 한 입 줬는데, 먹고 나서 일행이 그대로 똑같은 거 하나 사왔습니다ㅋㅋㅋ.

한국에서 파는 터키 아이스크림 이상으로 맛있었던, 일본 역대급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오스 상점가를 한 1시간 좀 넘게 돌아다녔는데, 막 대단하고 특별한 뭐가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가게들이 둘러볼 만하고 오타쿠 가게들도 있고,

무엇보다 아이스크림이 맛있었기에 꽤 만족했습니다. 

아츠타 신궁

지하철을 타고 아츠타 신궁에 왔습니다.

신궁 정문은 아쓰타진구텐마초역에서 조금 걸어오면 됩니다.

신궁 보기 전에 중요한 것. 바로 저녁 식사죠. 아쓰타 신궁도 식후경.

아쓰타 신궁 정문 근처에 있는 장어덮밥 전문점인 호라이켄 신궁점입니다.

이 호라이켄이라는 가게가 멀지 않은 곳에 본점도 있긴 한데,

이날은 본점 휴무일이라 신궁점으로 왔습니다.

 

그나저나 가게 건물을 예쁘게 지은 것 같네요.

평일이라 그런지 약 15분 정도의 짧은 웨이팅 후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나고야가 관광 관련해서 노잼이다 등의 이런저런 악명이 자자하지만,

음식 먹으러 오기에는 상당히 좋은 곳이죠.

그 음식 중에서도 당당하게 1선발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이 히츠마부시, 장어덮밥입니다.

 

제가 알기로 우나기동(장어덮밥)에는 히츠마부시도 있고 우나쥬도 있는데,

나오는 그릇이 동그란지 네모난지의 차이였었나...?

아무튼 그렇게 5만원 정도 지불하고 장어덮밥을 영접했습니다.

제가 나고야에서 가장 기대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고야 히츠마부시는 먹는 방법, 순서가 있습니다. 

 


1) 우선 전체를 4등분.

2) 첫 1/4은 그냥 먹기
3) 그다음 1/4은 파, 김가루, 와사비를 넣어서 같이 먹기
4) 세 번째 1/4은 오챠즈케로 먹기
5) 마지막 1/4은 앞의 3가지 중 제일 맛있었던 방법으로 먹기.

 

 

우선 제 평가부터 말씀드려야겠죠.

음식만 놓고 보면은 5점만점에 4점, 그러나 가격을 생각하면 3.8 정도?

 

1) 양념된 장어+밥이 맛있습니다.

근데 저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시너지라던가 새로운 맛을 기대했는데 그런 건 없었습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맛있는 장어와 맛있는 밥은 좋았는데 딱 거기까지.

 

2) 먹다보면 물립니다. 기본적으로 양도 많은 데다 장어가 좀 느글느글하잖아요?

츠케모노랑 같이 먹어도 3/4 정도 먹으니 다 못 먹겠는데? 싶었습니다.

장어에서 약간 탄맛도 나고, 와사비 넣으면 어떨진 모르겠지만 전 와사비를 혐오하는지라...

 

3) 접객과 인테리어는 매우 우수합니다. 20분 정도 대기했는데 대기 공간도 좋았고,

점원분들도 너무 친절해서 좋았습니다. 주말에 가면 꽤 긴 웨이팅이 예상됩니다.

 

장어를 좋아하시는 분이 가면 만족도가 정말 높을 것 같고,

아니시더라도 나고야까지 왔는데 한번은 먹어보시는 걸 권장드립니다.

다들 히로시마 가서 오코노미야끼 먹고, 삿포로 가서 징기스칸 먹잖아요?

나고야에서는 히츠마부시니까요.

 

그러고 보니 각 지역마다 떠오르는 음식이 있는데, 도쿄는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네요.

그나마... 몬자야끼?

밥 다 먹고 산책 겸 아츠타 신궁 산책 좀 할랬는데 벌써 캄캄해져서, 사진보다 더 어두웠습니다.

전부 둘러보지는 않았지만 도쿄의 메이지 신궁이랑 비슷한 느낌?

참고로 여기는 '아마노무라쿠모노츠루기' 라는 일본의 삼종신기 중 하나가 봉안된 신궁입니다.

 

신궁 내에 키시멘 맛집이 있다고 하니 다시 오면 키시멘도 먹고, 밝을 때의 신궁도 보고 싶네요.

이쯤 되니 슬슬 다리가 아파서 숙소 가서 잘까 생각도 했지만,

나고야에 언제 또 다시 올지 모르니까 힘내서 다음 목적지인 사카에로 향했습니다.

 

사카에역

음... 이건 블로그에 올릴지 말지 고민했는데, 뭐 일단 써 볼게요. 

 

사카에역 도착해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중에 사람들이 모여있고 뭔가 싸인회? 촬영회?

같은 것을 하고 있길래 유명한 사람들인가... 했는데

아이돌 같은 복장의 여자분이 갑자기 이쪽으로 와서 말을 걸었습니다. 

 

저희는 한국에서 왔는데 사람들이 몰려있길래 궁금해서 구경했다 어쩌고 이야기하면서,

지하 아이돌 비슷한 거냐고 물어보니까 맞다고 하더라고요.

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이후에 같이 사진도 찍었습니다ㅋㅋㅋㅋ.

 일본에서 이런 경험을 한건 처음인데 아무튼 재밌는 이벤트였습니다.

다음에 나고야에 오면 지하 아이돌 공연이나 한번 구경 가야겠습니다. 

사카에입니다. 나고야의 시부야, 나고야의 홍대이려나요.

아무튼 번화가입니다. 어느 대도시든 빠지지 않는 관람차.

오늘 하루 마무리는 이자카야에서 할까 하고 왔는데, 그 전에 동네 구경 좀 했습니다.

사진 출처: 구글지도

왼쪽의 주부전력 미라이타워와 오른쪽의 오아시스 21이 사카에의 메인 스폿이죠.

올라가 보고 싶었으나 둘다 영업시간이 지난 관계로 아쉽게 됐네요...

미라이 타워는 삿포로 테레비타워에서 미니 버전으로 한번 만났었죠 ㅎㅎ.

 

오아시스 21는 옥상에 이렇게 물이 있고 건물 모양도 특이해서 올라가 보고 싶었습니다.

다음에 나고야를 또 와야 하는 이유가 더 생겼네요.

 

기모노 입으신 분이 촬영하고 계시더라고요. 유명한 분이려나요?

그리고 여기가 미라이타워 앞에 히사야오도리공원일 텐데, 예쁘고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한국 신도시에 있는 공원 느낌도 들고요. 김포 라베니체 같은?

그리고 술 마시러 이자카야에 왔네요.

사카에 번화가 쪽은 음... 일본 답지 않게 바닥에 쓰레기도 좀 있고 삐끼들도 많아서

그동안의 일본 번화가 중에서 가장 한국스러웠지 않나 싶네요. 수원 인계동 느낌?

 

한국 온 후에야 테바사키세카이노 아마쨩이라는 가게가 유명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고야... 또 가야겠지?  그리고 숙소 돌아와서 뻗었습니다.

오랜만에 많이 걸으니 다리와 발이 살려달라고 하네요.


이 정도로 나고야 편은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15시 40분쯤? 나고야역에 좀 늦게 도착했고 내일은 다른 곳으로 가는 여정이기에

'나고야 찍먹' 정도가 어울릴 것 같은 여행이었네요.

찍먹밖에 못한 게 아쉽지만 제가 간 오스 상점가, 아쓰타 신궁, 사카에 외에도

지브리파크, 나고야성, 미소카츠, 오구라토스트, 나가시마 스파랜드, 나고야돔 야구경기 직관 등등

나고야에는 컨텐츠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다음 여행을 기해야겠죠. 

 

나고야의 좋은 점은 관광객이 적다는 것입니다.

비단 한국인 뿐만 아니라 서양인이나 중국인도 확실히 적었습니다.

다만 그만큼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에 비해서는 한국어 표기가 적긴 합니다. 음식도 유명합니다.

히츠마부시, 미소카츠, 오구라 토스트, 키시멘, 테바사키 등...

 

종합적으로 생각하자면 도쿄 간사이 후쿠오카 삿포로 등을 두고

나고야를 선택하기에는 솔직히 밀리는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관광지 부족한 것도 맞고,

근교 여행지도 근교 치고는 꽤 멀고, 한국어 표기도 적으며 여행 정보 찾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일본에서 여기 살고 싶다고 느낀 동네는 나고야 말고 몇 없습니다.

막말로 교토같은 동네는 관광공해가 너무 심해서 민원도 잦다고 하고 도쿄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나고야는 적당히 큰 도시에다가 있을 거 다 있고, 일본의 정중앙에 있어 교통도 좋고,

기후 미에 나가노 이런 데로 가면 자연도 좋아서 살기 좋을 거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럼 나고야는 이쯤에서 마치고, 저는 다음 여행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공감 달아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