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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기

홋카이도의 새로운 돔구장에서 야구 직관하기 [삿포로 3]

by 토키 TOKI 2024. 2. 14.
進めファイターズ! 勝利の男
나아가라 파이터즈! 승리의 남자들이여

進めファイターズ! ひとすじに
나아가라 파이터즈! 한결같이

-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 구단 공식 응원가 中 

 

삿포로 마지막 편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오늘의 주가 되는 에스콘 필드는 삿포로가 아니지만...

홋카이도대학에서 다시 삿포로역으로 와서, 다이마루 백화점에 있는 포켓몬센터 삿포로점입니다.

시간이 남아서 들렀는데, 토요일이라 사람도 많고 해서 딱히 뭘 사지는 않았습니다.

 

야구장에 가서 먹을 점심도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에서 샀는데,

백화점 지하답게 도시락, 기념품, 디저트 종류가 정말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네요.

특히나 해산물 관련 도시락의 선택지가 많았어서 저도 스시를 구매했습니다. 

삿포로역에서 쾌속 에어포트 타고 키타히로시마역에 도착했습니다.

현재는 키타히로시마역이 야구장에서 그나마 가장 가까운 역인데(도보 20~30분),

추후 야구장 근처에도 역을 새로 짓겠다고 하네요. 

 

이때가 개막전 다음 경기로, 개장 이래 두 번째 공식전입니다. 상대는 센다이의 라쿠텐.

다나카 마사히로가 있는 팀인데 오늘은 선발이 아니어서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역에서부터 돔구장 새삥 지었다고 광고가 주렁주렁이네요.

왼쪽 행렬은 모두 저처럼 야구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입니다. 

가는 길에 찍은 하늘과 멘션.

그나저나 하늘이 상당히 흐리고 비도 왔었는데, 화창한 모습의 야구장을 못 찍어서 아쉽습니다.

 

열심히 걸으니까 에스콘 필드의 자태가 어렴풋이 보이네요.

아직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웅장해지네요. 인생 첫 돔구장...!

제 좌석 근처의 게이트로 들어가기 위해선 좀 돌아가야 합니다.

 

에스콘 필드를 찾는 손님들이 야구 외에도 복합적으로 즐길 수 있게,

이 공간을 단순한 야구장이 아닌 하나의 파크로 만들기 위해 근처를 꾸며놓았더라고요.

왼쪽 사진의 파란색 구조물이나, 오른쪽의 집? 펜션들도 그렇고요.

어린이들을 위한 미니 야구장. 홈런 치면 찾으러 가기 귀찮겠네요.

 

야구장 곳곳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신경썼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종종 있었는데,

부모님을 따라온 아이들이 팬이 되고, 어른이 되어서도 야구장에 방문할 것을 생각해 보면

탁월한 전략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대로 소개하겠습니다. NPB 퍼시픽리그의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가 2023년부터 새로 입주한

일본 2번째 개폐식 돔구장, 에스콘 필드 홋카이도입니다. (첫 개폐형 돔구장은 후쿠오카 paypay 돔.)

닛폰햄이 원래는 삿포로돔을 쓰다가 여기로 이사 왔죠.

 

에스콘 필드의 특징은 특이한 지붕입니다.

일본 전통 가옥인 갓쇼즈쿠리 모양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하죠.

일본에서 이런 구장을 처음 짓고 있다고 했을 때는 와... 정말 저런 걸 짓는다고? 했었는데,

시간이 흘러 여길 직접 와버렸네요. 그것도 개막하고 얼마 안 돼서. 감격스러울 따름입니다. 

사진 출처: 구글

조감도가 이런 느낌이었는데, 저렇게 진짜 지어버리니까 말도 안 되는 거죠.

미국에도 이런 독특한 형태의 개폐형 돔구장은 없는 걸로 아는데,

정말 대단하고 한편으로는 부럽습니다. 

제가 들어갈 게이트입니다.

종이 티켓을 기념으로 간직하고 싶었는데 모바일 티켓이라 어쩔 수 없었네요.

 

검표 후 점점 시야가 돔구장의 개방감을 좇으면 가슴을 관통하는 깊은 희열.

처음 온 일본 야구 직관을 이렇게 아름다운 구장에서. 내 자리는 어딜까, 음식과 맥주도 궁금하고,

응원 분위기도 궁금하고, 그저 설렘과 기대의 포화였네요. 

우와아... 어떤 형용사와 부사를 써야 그 느낌을 적확히 표현할 수 있었을까요.

실제로 봤을 때는 사진보다 훨씬 웅장했습니다.

 

제가 좀 늦게 예매해서 비싸지만 꽤 좋은 자리를 잡아서 그런지

의자도 푹신푹신하고 시야도 이렇게 한눈에 들어오고, 8만 원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일본 야구장 예매는 이번이 처음이라 잘 모르지만, 저는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매했습니다.

들어가서 회원가입하고 엔화 들어있는 체크카드 정보 입력해서 결제하니 금방 하더라고요.

다른 구단/구장의 경우도 대부분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서 티켓 판매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왼쪽 위의 구글 번역을 적극 활용해 줍시다.

닛폰햄의 경우 가운데 보라색 타원(티켓 구입) 누르셔서 이후 절차 진행하시면 되고,

다른 구단도 한번 볼까요?

한신으로 해봤습니다. 티켓에서 저기 '한신 고시엔 구장 공식전' 가서 진행하시면 되겠죠?

직관할 경기가 교세라돔이면 바로 밑에 클릭해서 들어가면 될 거고요. 

 

사실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국에서와 비슷하니 별 어렵지 않을 겁니다.

일본까지 가서 야구 볼 사람이면 예매 정도는 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도 치어리더들이 필드까지 나갔었나...?

아무튼 보고 있는 모든 게 새롭고 재밌었습니다.

슬슬 시작할 때가 되었네요. 근데 사실 이때 선수들 하나도 몰랐습니다...ㅋㅋ.

그나마 알던 게 2023 WBC에서 2번 타자로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콘도 켄스케 선수였는데,

무려 7년 50억 엔 받고 소프트뱅크로 이적했죠.

 

그래도 이번 경기 이후 우와사와 나오유키(이날 선발), 마츠모토 고,

이토 히로미(올림픽, WBC 나왔던 선수), 키요미야 코타로(이날 끝내기 안타) 정도는 외웠습니다. 

 

 몸 쪽 볼로 경기 시작!!

파울볼이 제 옆옆자리로 떨어졌습니다.

조금만 왼쪽으로 왔으면 이만한 기념품도 없는데 아깝다...

사진 출처: 니혼햄 파이터즈

구장 안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비싸기도 하고 뭔가 애매해서 살 마음이 안 들었네요.

한국에서 유니폼 입고 다닐 수도 없고.

사진은 못 찍었는데, 닛폰햄 출신 두 메이저리거의 대형 벽화가 이렇게 붙어있습니다.

오타니다르빗슈면 일본인 전체에서도 최고의 메이저리거 두 명이 아닐까요. 

5회 말 끝나고 간식이랑 맥주 사러 나갔습니다.

타코야끼 줄이 꽤 길어서, 사서 돌아와 보니 7회 초더라고요. 내 6회는 어디로 증발...?

참고로 저때 구장 내부에서 현금 사용이 안 되었는데, 일본에서 현금 안 되는 곳은 처음 본 듯?

 

타코야끼와 맥주는 맛있었습니다.

뜬금없지만 오사카의 최대 장점: 길거리에 맛있는 타코야끼 가게가 널렸다!

그냥 생각 없이 쭉 보느라 중요할 때 사진을 못 찍었네요.

7회까지 니혼햄이 3대 1 리드 중이었는데, 8회에 웬 백인이 올라와서 투런 홈런을 맞더라고요.

10회까지 가서 키요미야 코타로의 끝내기 안타

닛폰햄이 에스콘필드에서의, 그리고 이번 시즌 첫 승리를 가져갑니다!

끝내기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었어야 하는데ㅜㅜ.

 

이날의 사요나라 승리를 계기로 닛폰햄이라는 팀 한번 응원해볼까 싶었는데,

이날 이후로 5연패였나 6연패를 하더군요. 어..?

 

2023 시즌 결국 퍼시픽리그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최근 5년 성적이 55566? 쉽지 않네요.  

삿포로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버스 혹은 걸어서 기타히로시마역/신삿포로역으로 가야 합니다.

그때는 버스에 ic카드가 안 찍혀서 따로 티켓을 샀어야 했는데 지금은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압니다.

 

작성 시점 현재까지도 제 처음이자 마지막 일본야구 직관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안녕 에스콘필드...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거야.

참고로 한국 야구는 ssg팬인데, 24년에는 가을야구 가서 맥없이 무너지지 말았으면 하네요.

 

아무튼 다시 삿포로역으로 가서 일행과 만난 후 저녁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사진 출처: 구글지도

삿포로역 북쪽으로 지하철 2 정거장 거리에 있는 '사마 스프커리'라는 곳입니다.

체인점이고 제가 방문한 가게는 호쿠다이마에 점입니다.  

징기스칸이 삿포로 음식 1선발이라면 2선발은 바로 이 스프카레 아닐까요.

 

맵기는 10단계로 골랐는데 살짝 매콤한 정도였고, 맛은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맛이었습니다.

일단 '스프'카레이다 보니 국같이 묽은 느낌이 있었고,

한국에서 걸쭉한 카레만 먹어와서 그런지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밥에 치즈를 올려서 주는 게 특이했고, 라씨 딸기맛도 먹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한국의 카레보다 감칠맛이나 진한 맛이 강했고, 채소는 전부 카레와 잘 어울려서 먹기 좋았습니다.

밥에 굳이 치즈를 올렸어야 하나 싶긴 한데, 그래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상당한 카레 애호가라 매우 만족하며 식사했습니다.

카레 이상의 무언가를 뛰어넘는 특별한 맛은 없지만,

생소한 묽은 식감 + 맛있고 카레와 잘 어울리는 채소가 좋았습니다.

카레 좋아하시는 분들은 절대 후회 안 할 맛이고, 추운 겨울에 먹으면 더욱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원래 그다음 일정은 이런 곳을 가려고 했습니다.

사진 출처: 구글

 

나가사키에서의 경험 때문에, 산 전망대에서의 야경을 상당히 기대했습니다.

삿포로의 유명한 야경 스폿인 모이와야마 전망대에서의 야경으로 오늘 하루를 마치려고 했는데...

 

로프웨이가 하필 점검 중이더라고요...

트램 타고 로프웨이 입구까지 멀리 왔는데 너무 아쉬웠네요.

탄가시장과 나가사키 저녁식사 때의 실수를 또 반복하다니... ㅜㅜ.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언제 또 올지 모를 스스키노.

 

신치토세공항에서 아침으로 먹은 콘버터 쇼유라멘입니다. 괴랄해 보이는데 은근히 괜찮았습니다.

근데 2/3 쯤 먹다 보니 느끼함이 좀 올라오더라고요. 한번 정도는 먹어볼 만한 맛입니다. 

 

왼쪽은 이륙할 때, 오른쪽은 착륙할 때 찍은 사진입니다.

홋카이도와 대비되는 탁한 공기가 한국에 왔음을 실감 나게 해 주면서

이번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2박 3일 (사실상 2박 2일)의 짧은 삿포로 여행이 끝났습니다.

맥주박물관, 시로이코이비토 파크, 개척촌 등등... 못 가본 곳이 많아서 아쉽네요.

삿포로에서 이틀은 너무 짧습니다.

 

그래도 징기스칸/스프카레/우유/맥주 같은 먹거리가 다 맛있었고

아름다운 야구장에서 첫 일본야구 직관을 한 경험은 잊지 못할 것 같네요.

나중에 반드시 다시 와서 맛집들도 싹 돌고 삿포로 클래식도 또 먹어야죠.

 

홋카이도는 한국에서 멀고 비싸기도 한만큼 길게 다녀오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오타루/비에이/후라노/하코다테 등도 같이 껴서요.

겨울에는 설경이 예술이고 여름에는 시원해서 일본 내에서도 S급 여행지죠.

근데 이렇게 비행기 쌀 때 짧게 다녀와도 꽤 괜찮았습니다. 먹고 돌아다니기만 해도 재밌을 겁니다.

솔직히 같은 가격이면 후쿠오카보다 삿포로 가실 거잖아요? 

 

다음 여행은 7월 초, 여름에 다녀왔고 지금까지 보다는 확실히 긴 장편이 될 예정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곳을 갔고 정말 재밌었네요. 아직 소개 안 한 최애 도시를 소개할 수 있겠군요.

점점 여행기의 소재가 고갈되네요... 일본 또 가고 싶다ㅜㅜ. 

 

이렇게 여행기 쓰면서, 기억들을 회상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거죠 뭐.

봐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