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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기

원폭과 오코노미야끼의 도시 히로시마 [히로시마 1]

by 토키 TOKI 2024. 1. 30.
糸崎三原海田市 / すぎて今つく広島は
이토자키 미하라 카이타이치 지나서 지금 도착한 히로시마는

城のかたちもそのままに / 今は師団をおかれたり
성의 모습도 그대로 지금은 사단이 주둔하고 있네

(사단: 히로시마에 주둔한 일본 제국 육군 제5사단)

- 철도창가 제2집 산요큐슈 본선편 16절

 

여행기의 스타트는... 23년 8월에 갔던 히로시마현입니다!

 

오래간만에 다시 온 일본 특유의 미묘한 냄새와 공기를 느끼며 고쿠라행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히로시마 갔다면서 갑자기 웬 고쿠라역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입국을 기타큐슈로 했기 때문이죠.

기타큐슈 공항이 19만 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이었던 것도 있고, 신칸센도 타고 싶었기에... 

 

후쿠오카 간사이 주부센트레아 나리타 신치토세 하네다 등 웬만한 공항은 다 가봤지만

기타큐슈 공항은 압도적으로 작았습니다. 그 덕에 입국수속이 별로 안 복잡했던 것은 장점이었네요.

다만 입국수속 처리하는 직원 수가 적어서,

비행기 뒷자리 분들은 공항을 탈출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네요. 

 

고쿠라역까지는 셔틀버스가 있고 편도 710엔, IC카드도 되고 기계에서 티켓을 뽑아도 됩니다.

기타큐슈 공항을 가시는 분들은 버스 시간 잘 확인해서, 버스 안 놓치게 서두르는 것을 권장합니다.

배차간격이 짧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오랜만에 도착한 고쿠라역. 큐슈 제2의 도시(이렇게 쓰면 구마모토 사람들이 화내려나.)

기타큐슈시의 중심역이자, 오사카와 후쿠오카를 잇는 산요 신칸센의 최속달 등급 열차인

노조미, 미즈호가 필수 정차하는 큰 역입니다.

 

버스를 타면 아루아루시티라는 빌딩 옆에 세워줍니다.

오타쿠/서브컬처 관련 가게들 (애니메이트, 만다라케, 라신반 등)이 이 한 건물에 모여있기에

관심 있으시다면 기타큐슈 여행 시 들러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아루아루시티 방문기는 아래의 기타큐슈 여행편에 있습니다!

 
 

큐슈 제2의 도시 기타큐슈 [북큐슈 2]

門司よりおこる九州の / 鉄道線路をはるばると 모지부터 시작된 큐슈의 철도노선은 아득히 뻗어 ゆけば大里の里すぎて / ここぞ小倉と人はよぶ 가노니 다이리를 지나 나오는 이곳을 사람들은

emonga-jrkankoku.tistory.com

 

사실 후쿠오카시는 그런 오타쿠 점포들이 서로 좀 떨어져 있어서 왔다 갔다 하기 불편하죠.

압축적으로 한 번에 다 보기에는 기타큐슈가 훨씬 좋습니다. 물론 기타큐슈엔 포켓몬센터가 없지만.

고쿠라역의 신칸센 개찰구 근처...

 

그런데 이날따라 고쿠라역에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요? 원래 인파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어라...

하면서 한 40분 기다려 패스를 수령하긴 했습니다. 근데 히로시마까지의 신칸센을 예약하려 하니까

신칸센이 현재 운행 중지됐다며, 언제 재개하는지 직원분들도 모른다고 하네요.

(패스 설명은 뒤에서 하겠습니다.)

 

뭔 일이 생긴건지 기사 좀 찾아보니 시즈오카 쪽에 폭우 때문에 도카이도 신칸센이 멈췄고,

이 멀리 있는 산요 신칸센 구간의 고쿠라, 하카타까지 영향을 받아 운행이 멈췄다고 합니다.

여름 일본에서 우려하던 태풍은 지나갔지만 다른 변수가 생길 줄이야...

 

원래는 히로시마역 내에서 점심으로 츠케멘과 가라아게를 먹을 생각이었는데,

히로시마역으로 갈 수 없게 되어서 그냥 고쿠라역 내에서 먹었습니다.

JR 서일본 창구 근처 식당가에 라멘집이 보이길래 들어갔습니다.

 

저는 웬만한 일식을 전부 좋아하고 라멘은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근데 이번에는 일본에서 먹은 라멘, 아니 모든 음식 중에서도 상당히 별로였습니다.

차슈만 좀 먹을만하고 국물, 면, 콩나물은 음... 남기는 것을 싫어하는데도 다 못 먹겠더라고요. 

 

얼마나 기다렸을까, 오후 1시 즈음 온 산요 신칸센 '노조미' '신오사카행' 입니다.

언제 봐도 신칸센 비주얼은 제 미적 취향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아직 도카이도 신칸센 쪽은 재개가 안 돼서 신오사카역까지만 운행하는 듯합니다.

N700S를 기대했지만 N700A가 왔네요. 쩝...

 

노조미인데 히로시마역까지 전역 정차였습니다. 노조미라 쓰고 코다마라 읽는다.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인데 1시간 반이 걸린... 운행 재개 이후 첫 열차라 그러지 않았나 싶습니다.  

 

KTX나 SRT에는 없는 신칸센의 길쭉한 주둥이가 매력적입니다.

이 분야 끝판왕은 E5계긴 한데, N700계 쪽은 하얀색이라 나름의 매력이 있네요.

 

참고로 제가 산 JR 서일본히로시마-야마구치 패스

하카타-히로시마-미하라 간 모든 종류의 산요 신칸센 이용이 가능하고, 미야지마/오노미치/구레 등

히로시마현 내의 다른 여행지로 갈 때도 JR의 재래선 이용이 가능해서 잘 이용했습니다.

후쿠오카나 기타큐슈로 입국해서 후쿠오카현+히로시마현 여행을 즐기기에 적합한 패스입니다.

야마구치현은...?

 

제가 샀을 때의 가격은 13000엔이지만, 2023년 10월부터는 2천엔 인상되어 15000엔입니다.

그래도 JR 동일본/JR 도카이의 패스 인상폭에 비하면 천사인 편입니다. 

 

드디어 도착한 주고쿠(not china)의 최대역 히로시마역. 여기도 인파가 미쳤습니다.

열심히 인파를 뚫고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재래선 입구가 있고,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서 쭉 가다 보면 노면전차 타는 곳이 나옵니다.

 

트램에서는 스이카, 이코카 등의 전국 호환 ic카드가 사용 가능합니다. 가고시마는 반성하자.

 

저는 이날 트램을 많이 탈 예정이라 노면전차 1일권(700엔)을 구매했습니다.

미야지마 페리가 포함된 건 900엔 정도였지만

저는 이미 히로시마-야마구치 패스에 미야지마 페리가 포함되어 있고,

미야지마는 다음날에 갈 예정이었기에 700엔으로 결정했습니다. 

 

어디서 찍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원래는 히로시마 도착 후 슛케이엔현립미술관을 먼저 가려고 했는데,

신칸센 지연이라는 변수가 발생한 탓에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선 숙소에 짐을 놓고 핫초보리 근처로 향했습니다. 쇼핑할 것도 있고 해서요.

날씨는 좋아 보이지만 걸어 다니니까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여름 일본 여행의 크나큰 단점이죠. 그나마 양산을 들고 와서 다행입니다. 

 

여기는 핫초보리역 앞 사거리인데 구름이 특이해서 찍어봤습니다.

 

후쿠야 백화점부터 시작해 혼도리까지 가는 길의 가게들을 구경했습니다.

파르코 백화점, 타이토 스테이션, 빔즈 등등에 들어갔는데 딱히 사고 싶은 건 없더라고요.

그나마 빔즈에서 니들즈 후드티 하나 살까 고민하다... 그냥 나왔습니다.

 

중간중간에 실내에서 에어컨을 안 쐬면 걸어 다니기 쉽지 않을 듯한 날씨였네요...

 

혼도리역 근처에 있는 안데르센 히로시마라는 빵집입니다. 이 빵집을 구글지도에 저장했던 이유가,

이곳이 원폭 피폭 건물이었을 겁니다. 레몬크림빵과 시오버터빵을 시켰는데 맛은 있었습니다.

딱 기대한 정도의 맛.

 

어떤 사람들은 일본의 빵류가 한국보다 훨씬 낫다고 이야기하는데,

개인적으로 맛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본은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빵 말고 디저트류로 넓히면 그건 일본의 압승에 동의합니다.

 

혼도리역에서 전차 기다리는 중. 역시 오코노미야끼의 도시.

 

원폭돔 앞에서 내렸는데 조금 더 앞에서 사진 찍었으면 더 예뻤지 않았을까 싶네요.

히로덴 2/3/6/7/9호선이 이 앞을 지나가니 원폭돔까지 오기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혼도리역에서 트램 타고 얼마 안 걸리는 곳에 위치한 원폭돔입니다.

히로시마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자 어쩌면 일본 전체의 랜드마크 중에서도

도쿄타워, 키요미즈데라, 도톤보리 글리코상 간판과 더불어 매우 유명한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과 유튜브에서만 보던 걸 실제로 본 소감은 꽤나 신선하고 신기했기에,

한 바퀴 둘러보며 그저 멍하니 관조했네요

 

옆에는 작은 강이 흐르고 있어 예뻤습니다.

히로시마가 좋았던 점이 도시가 삼각주에 지어져서 강이 여러 개 지나가고,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도시에 포인트를 추가해 준다는 것입니다.

 

원폭돔에서 원폭 자료관까지 가는 길도 잘 꾸며놓았어서 산책하기 좋았습니다.

 

원폭돔 근처의 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원폭에 희생된 어린이들을 기리는 평화 기념비입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죄 없이 죽어간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네요.


오른쪽 사진에 멀리 보이는 좌우로 긴 건물이 자료관이고,

가는 길에는 원폭 희생자 위령비평화의 불이 있었습니다.

또 사진을 못 찍었는데, 근처에는 한국/조선인 위령비도 있어서 심심한 애도를 표하고 왔습니다.

그리 멀지 않으니 한번 가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은 성인 200엔입니다.

에어컨이 시원했고, 원폭의 피해자들과 파괴된 도시와 건물들을 보니 씁쓸했네요.

그러게 진주만을 왜 공격해서.

 

사실 체력적으로 피곤하기도 하고 나가사키에서의 자료관과 큰 차이는 없어서

대충 보면서 지나간 감도 없잖아 있습니다. 위 사진은 2차 대전 종전을 앞당겨준 리틀보이입니다.

나가사키에 떨어진 팻맨에 비해 위력은 약하지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지형/인구 차이가 있기에

더 많은 피해를 낸 원자폭탄입니다.  

 

나가는 길의 방명록 같은 곳에 각국의 사람들이 평화를 기도하는 메시지를 적어놓았는데,

누가 한국어로 '대한독립만세!!'를 써놓고 갔더군요.

저도 일본이 피해자 입장에서만 서술자가 되는 게 마음에 들진 않지만 굳이 여기다...?

뭐 가치판단은 각자 알아서 하는 거니까 이 이상 왈가왈부하지는 않겠습니다. 

 
사진 출처: 구글지도

 

원폭 투어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방문한 곳은 밋쨩 핫쵸보리 본점입니다.

평일인데도 웨이팅이 꽤 있어서 45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히로시마의 최고 명물은 뭐니 뭐니 해도 오코노미야끼죠.

오코노미야끼에는 원조 문제가 있는데, 오사카식은 반죽에 다 스까서(?) 굽는 반면

히로시마식은 층층이 레이어를 쌓아서 굽죠. 제 취향은 이쪽 히로시마풍입니다 ㅎㅎ.

 

도쿄에서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끼는 한번 먹어봤었는데, 그때나 이번이나 맛있었습니다.

오징어, 새우가 들어간 스페셜을 시키고 생맥주까지 해서 2000엔 정도 나왔습니다.

참고로 이곳의 생맥주는 아사히.

 

면은 우동/소바 중에 고를 수 있었는데 소바로 했습니다.

딱 하나 아쉬웠던 점은 국소적으로 많이 구워져서 빠삭한 면 부위가 좀 있었는데,

그쪽의 식감이 나머지 재료들과 약간 안 어울렸습니다. 계란이나 해물이나 부드러운 맛이니까요.

 

그 외에 맛과 서비스는 정말 좋았고, 주문을 미리 받아서 음식이 빨리 나오는 것도 좋았습니다.

다른 오코노미야키 가게는 안 가봤지만 이 가게보다 맛있기 쉽지 않을 듯?

 

식사를 마치니 시간이 꽤 늦어져서, 숙소로 향해 잠을 일찍 청했습니다.

9시쯤 들어와서 짐 정리하고 씻고 하니 10시라, 내일을 위해 일찍 잤습니다.

미야지마/이와쿠니를 다니려면 체력이 꽤 많이 들 것 같아서;;


첫날 일정이 끝났습니다. 일찍 도착했으면 슛케이엔/히로시마 성을 볼 수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다음에 또 올 때를 위해 컨텐츠를 아껴놓은 셈 치죠.

 

히로시마는 한국인보다는 서양인 관광객이 훨씬 많았습니다.

도톤보리나 텐진에서 한국인 좀 그만 보고 싶다면 히로시마 여행을 추천합니다.

직항도 있고, 후쿠오카/오사카에서 접근도 괜찮고요.

 

100만이 넘는 도시 중 후쿠오카 다음으로 한국에서 가깝습니다.

있을 건 다 있는 큰 도시이고 여행하기 좋은 패스도 여럿 있습니다.

도쿄/오사카/후쿠오카는 가봤으니까 새로운 곳 가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 히로시마로 오세요

(사실 안 유명해져서 나만 가고 싶음.)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