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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기

소도시와 시골 사이 어딘가의 감성 오노미치 [히로시마 4]

by 토키 TOKI 2024. 2. 1.
浄土西国千光寺 / 寺の名たかき尾道の
정토 서국 천광사 사찰로 이름 높은 오노미치의

港を窓の下に見て / 汽車の眠りもさめにけり
항구를 창아래로 보니 기차에서 조는 것도 깨어진다네

 

- 철도창가 제2집 산요큐슈 본선편 15절

 

벌써 히로시마현 편 마지막날이네요.

아침 일찍 일어나 히로시마역 코인로커에 짐을 맡기고 신칸센을 타러 갔습니다.

항상 신칸센 탈 때는 설레고 기대되네요!

한때는 노조미로도 움직였던 신칸센 500계 전동차.

현재는 코다마로 강등되어 산요신칸센 구간에서 달리는 특이한(?) 외형의 열차이며

가끔 다니는 헬로키티 신칸센도 이 차량입니다.

 전두부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E5계나 N700계가 더 좋네요. 

중간에 갈아타기 위해 들린 미하라역입니다.

원래는 코다마로 신오노미치역까지 가면 되는데, 제가 가진 히로시마-야마구치 패스

신칸센을 미하라역까지만 지원하고, 재래선은 오노미치역까지만 지원해서

어쩔 수 없이 미하라에서 재래선으로 갈아타야 했습니다. 

 

미하라로 도착해도 오노미치 가는 재래선이 그때그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처럼 패스로 오시는 분들 중 대기를 적게 하시려면

구글지도로 시간표를 미리 체크해서 오시는 걸 추천합니다.

 

미하라역 근처에 딱히 볼 것도 없기 때문에, 패스가 없으시다면

히로시마에서 오노미치까지는 버스로 오는 편이 가장 낫겠네요. 

오노미치로 가는 산요본선에서 드넓은 세토 내해를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 자리 앉을 걸...

한때는 히로시마현 동부의 최대 도시였지만 지금은 후쿠야마시에 그 지위를 뺏긴,

히로시마-야마구치 패스의 동쪽 한계 오노미치역.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었던 곳이기도 하며 제 기준 일본 탑 5 여행지에도 드는 곳입니다.

 

오노미치역을 나와서 왼쪽으로 걷다 보면 아케이드 상점가가 있습니다.

아침에는 가게들이 문을 다 안 열었었는데,

적당한 시간대에 방문하시면 여러 매력적인 레트로풍 가게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늘이 이렇게 우중충했었나.

지나가다 들른 자그마한 빵집입니다.

별생각 없이 치킨그린커리빵 하나 사서 바다 근처 벤치에 가서 먹었는데,

인생 최고의 빵 중 하나였습니다.

 

가게 이름은 Sea Route Bakery(パン屋 航路).

 

원체 카레맛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 위에 올라간 고기나 버섯이나 야채의 맛과 밸런스가 완벽했고

다른 빵은 안 먹어봤지만... 분명 맛있지 않을까요.

오노미치가 너무 좋았던 이유 1.

센코지야마 로프웨이입니다. 성인 기준 편도 500엔. 왕복표도 있는데

대부분 로프웨이로 올라간 후 천천히 산책하며 내려오시는 것 같네요.

하산하면서 센코지&고양이골목을 봐야 하니까요.

 

일본은 어딜 가나 로프웨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지방 관광 활성화가 잘 되어있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뜻일까요.

한국 관광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 보자면 한국은 솔직히 서울, 제주 말고는...

대한민국이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이 더 많이 관광산업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주 속초 여수 강릉 같은 도시들... 한국 내에서는 나쁘지 않은 지방 관광도시들이지만

아직 관광 쪽으로는 나아져야 할 점이 많다고 느낍니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서, 로프웨이를 올라와 전망대에 오시면 이런 구조물이 있고,

꼬불꼬불한 길을 올라가면 좀 더 선명한 풍경이 트이는 오른쪽 사진과 같은 뷰가 보입니다.

그나저나 날씨 좋았는데 사진이 좀 흐리게 나왔네요. 하지만 보정하기 귀찮다.

 

위에서 보는 오노미치의 전경. 바다와 산과 문명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도시 사이의 바다를 보니 나가사키도 생각나네요.

 

참고로 바다 반대편은 무카이시마라는 섬이고

히로시마현과 에히메현을 잇는 시마나미카이도의 초반부가 됩니다. 

 
 

전망대에서 산길을 좀 내려가면 센코지라는 절이 있습니다.

특이할 게 있는 절은 아니었지만 그냥 절 특유의 향 냄새가 좋았네요.

부처님? 칼을 들고 계시네요.

 

저 소원 적고 거는 나무 판때기 뭐라 하더라... 에마?

리락쿠마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귀엽네요.

센코지에서 좀 더 내려가면 고양이 골목이 나옵니다.

사실 고양이 골목이라 하기엔 고양이를 5마리도 못 본 거 같긴 한데,

드러누워있는 녀석도 있고 뽈뽈 움직이는 친구도 있습니다.

 

원래 고양이보단 강아지파입니다만, 이날만큼은 고양이들이 귀여웠네요.

귀여워서 안 쓰다듬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손은 바로 물티슈로 닦았고요.

내려오면 아까 탔던 로프웨이 승강장이 있고, 저는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왔습니다.

오노미치의 유명한 것은 역시 라멘이죠. 여긴 오노미치라멘 마루보시라는 곳이고,

10시 반에 여는 곳인데 열기 전에도 줄이 있더라고요 ㄷㄷ... 기대를 안 할 수가 없게 만듭니다.

 

제 인생 최고의 면 공동 1위에 랭크된 오노미치 라멘입니다.

쇼유 베이스에 파, 멘마, 챠슈가 올라가 있으며 가격은 780엔으로 저렴했습니다.

국물이 정말 입맛에 맞았는데, 그 더운 날을 돌아다니다 먹은 뜨거운 국물인데 싹싹 비웠습니다.

면도 질기거나 뚝뚝 끊기지 않고 적당했고, 스푼에 면 담고 국물 조금 넣고

그 위에 차슈나 멘마 올려서 한입에 스윽 넣으니... 환상적이었네요.

 

굳이 단점을 하나 꼽자면 평소에 싱겁게 드시는 분들은 국물이 좀 짜게 느껴질 수 있겠더라고요.

 한국 분들이 일본 와서 라멘 먹으면 으레 나오는 말이지만요. 

 

오노미치가 너무 좋았던 이유 2.

이것만을 위해서라도 오노미치는 방문 가치가 충분합니다.

뭔가 감성 있게 나와서 뒤에서 허락도 없이 찍었습니다. 할아버지 고멘나사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아무 생각 없이 바닷가를 걸으며

일본의 냄새를 담뿍 느끼던 그 경험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립네요...

 덥긴 했지만 여름이니까 날씨도 맑고 여름 감성도 있기에, 사계절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죠.

바다와 음악이 함께하는 여유로운 산책.

 

오노미치가 너무 좋았던 이유 3.

바다를 따라 걷다가 역을 지나쳐 좀 더 가면 U2라는 건물이 있는데,

에어컨도 쐴 겸 들어가서 빵 하나 먹었네요.

 

창고를 리모델링한 건물이며 내부에는 카페, 숙소, 레스토랑, 자전거숍 등이 있었습니다.

시마나미카이도 자전거 여행객을 위한 건물일까요?

 

다음 목적지로 가는 전철 안에서 먹은 푸딩. 420엔인데 병도 귀엽고 맛도 괜찮았습니다.

편의점 푸딩보다는 확실히 고소한 우유맛이 잘 느껴졌어요!

다만 저 양에 420엔은 살짝 비싼 감이 없잖아 있지만요...

가게 이름은 Oyatsu to Yamaneko. 오노미치역 근처입니다. 


 

이걸로 오노미치는 끝. 사실 컨텐츠가 많이 없는 게 소도시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 것 같습니다.

뭘 더 한다면 카페/디저트 가게에서 여유 즐기기, 시마나미해도 자전거 종주 70km 등이 있겠네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노미치는 너무 만족스러운 여행지였습니다.

라멘, 빵, 전망, 분위기... 히로시마 근교 여행지를 찾으신다면 꼭 추천하고 싶네요. 

 

제가 간 히로시마 근교 여행지들은 다 동물들이 관련되어 있네요.

미야지마 사슴, 이와쿠니 백사, 오노미치 고양이.

그리고 다음 갈 곳 역시 동물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오쿠노시마에서 만나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