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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기

에노시마 봇치더락 성지순례, 후지산은 덤으로 [도쿄-카나가와 4]

by 토키 TOKI 2024. 2. 7.
北は円覚建長寺 / 南は大仏星月夜
북쪽엔 엔카쿠지, 켄쵸지 남쪽엔 카마쿠라의 대불


片瀬 腰越 江ノ島も / ただ半日の道ぞかし

카타세 코시고에 에노시마도 단지 반나절의 길이다

- 철도창가 제1집 도카이도 본선편 9절

 

 

코마치도리에서의 우동으로 끝났었던 저번 편.

참고로 그 우동집에서 현금이 10엔 모자란데 카드는 안 받는대서 어떻게 해야 되나,

근처 ATM 갔다와야 하나 했는데, 다행히 10엔은 점원분께서 자기가 메꾸겠다고 해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감사합니다...

 

오른쪽 사진 출처: 구글

다시 가마쿠라역으로 돌아와서, 현금을 뽑은 후 에노시마 덴테츠(전철), 에노덴을 타러 왔습니다.

이곳 가마쿠라역부터 에노시마를 지나 후지사와역까지 이어주는 오다큐의 자회사 노선입니다.

그래서 오다큐의 에노시마 관련 패스를 사면 에노덴을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죠.

시치리가하마 해변

가마쿠라에서 에노덴을 타고 가다 보면,

저번 편에서 언급한 유이가하마역과 하세역을 거쳐 시치리가하마역에 도착합니다.

 

여기는 유명 라이트노벨이자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온 '청춘돼지 시리즈'의 성지인데

저도 극장판을 감명 깊게 본 기억이 떠오르네요. 애니메이션의 풀네임은

'청춘 돼지는 바니걸 선배의 꿈을 꾸지 않는다.'인데 제목 때문에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습니다.

 

참고로 에노덴은 작은 열차가 바다를 끼고 골목 집집사이를 지나가는데 그게 또 감성 넘칩니다.

가마쿠라와 에노시마에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에는 에노덴의 지분도 상당하다고 생각되네요.  

저 멀리 태평양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다를 향해 한 걸음씩 발을 옮깁니다.

 

 

여기 있는 세븐일레븐도 애니메이션에 나왔었죠.

오랜만에 애니 정주행이나 할까 싶지만 밀린 과제를 생각하며 생각을 접습니다.

 

시치리가하마 해변입니다. 에노시마의 등대가 또렷하게 보이네요.

해변가는 모래사장이라 걷기가 살짝 불편해서,

사진만 찍고 인도로 올라오시는 관광객 분들도 있었습니다.

 

청춘돼지를 보셨다면 이 계단을 보고 낯익은 느낌을 받으셔야 합니다.

참고로 마이 선배 이외에도 쇼코나 후배와도 왔던, 작중에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장소일 겁니다. 

 

여행 와서 성지순례를 겸한 것은 이번 여행이 처음인데, 니 속에서 어렴풋이 봤던 풍경이

제 눈앞에 선명히 펼쳐지니까 알 수 없는 찡한 기분이 몸을 감싸 안았습니다.

이래서 성지순례하나 싶네요.  

 

가마쿠라코코마에역 앞 - 슬램덩크 성지

시치리가하마에서 사진도 찍고 바다도 감상하면서 에노시마 방향으로 걷다 보니 도착했습니다.

사실 시치리가하마 해변보다 여기가 훨씬 성지순례로서의 인지도가 높고 많이 찾으시죠.

청춘돼지 같은 애니메이션은 일단 이름부터...

바로 슬램덩크의 배경지가 된 가마쿠라코코마에역 근처의 건널목입니다.

제가 갔을 땐 23년 1월이라 코로나 탓에 중국인도 별로 없었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일본인도 많고, 서양인보단 한국, 대만, 홍콩 이쪽이 좀 더 많았던 느낌?

 중국인들 많아지면 아마 예쁜 사진 건지기가 더 어려워질 듯합니다. :(

 

이렇게 열차가 지나가면 모두가 카메라를 듭니다.

성지가 아니었더라도 열차, 바다, 전선, 횡단보도의 조화가 예뻐서 사진 찍기 좋은 곳 같습니다.

 

위에서 오른쪽으로 목을 돌리면 가마쿠라코코마에역이 나옵니다.

역 자체도 시골역 감성이 담뿍 느껴져서 한적했다면 예쁜 사진 찍기 좋았을 테지만,

이미 유명 관광지가 돼버렸고 사람이 많습니다. 

 

글 쓰면서 그때의 바다와 전철을 회상하다 보니 시코쿠의 시모나다역을 가고 싶어 지네요.

아직 안 가봤는데 정말 예쁜 느낌이더라고요. 시코쿠 여행은 24년 여름을 계획 중에 있긴 합니다.  

여기 해변은 보시다시피 솔개가 나타나 뭘 뺏어가고 다치는 일까지 일어난다는데,

솔개를 주의하라는 간판 자체가 좀 생소하고 신기했습니다.

 

참고로 가마쿠라코코마에역에서 에노시마까지는 거리가 꽤 멉니다.

저는 산책할 겸 걸어갔는데 여러분은 그냥 에노덴 타고 가세요.

겨울이라 바닷바람이 쌀쌀하기까지 했네요ㅋㅋㅜㅜ.

 

에노시마 

육지부터 에노시마까지는 이렇게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차가 없으시다면 쭉 걸어오셔야 됩니다. 섬까지 가는 버스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우측 사진 가운데 흐리게 보이는 후지산. 이때 처음 봤습니다.

다리를 건너와 에노시마에 들어오면 이렇게 생긴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합니다.

교토 키요미즈데라 가는 길의 산넨자카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비교를 하자면 여기가 경사가 약간 더 가파르며 폭은 좁았습니다.

 

오르막길을 쭉 올라오시면 이렇게 생긴 문(즈이신몬)이 있고,

여기를 통해 계단을 올라가면 에노시마 신사 및 등대에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걸어가기엔 좀 높죠. 그래서 에스컬레이터 이용권 및 각종 티켓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전 에스컬레이터 + 등대 입장권 + 뭐 하나 더 있었는데 아무튼 이렇게 3개 있는 티켓을 샀습니다.

편하게 올라가시고 싶으시다면 티켓 구입 권장합니다. 가격은 까먹었는데 아마 1000엔쯤 됐었나...?

 

에스컬레이터를 타도 계단이나 오르막길을 약간은 걸으셔야 하고,

내리막길은 걸어가셔야 합니다. 여름이라면 땀 꽤나 날 듯 하네요!

 

참고로 에노시마에는 신사랑 등대 말고도 이와야 동굴이라는 곳이 있어서 가보고 싶었는데

17시까지밖에 안 하니 참고하세요!

 

참고로 에노시마도 유명한 봇치더락 성지입니다. 4명의 패션에서 키타의 인싸스러움이 느껴지네요.

여기까지 오면 대충 거의 다 올라왔습니다. 

실눈 뜨고 보면 동남아나 남태평양 휴양지 같은 느낌도 드는 곳이네요.

 

 

결속 밴드가 먹었던 타코센베. 걔네들은 에노시마역 근처, 아래에서 먹었지만

저는 등대 근처, 에노시마 위에서 500엔 주고 샀습니다.

맛은... 고소한 스티로폼 식감에 문어, 해산물 향이 세고 잘 부서집니다.

필수는 아니지만, 뭐 경험 삼아 한번 먹어 볼만한 맛입니다. 

 

에노시마 등대

이제 등대로 향합니다. 전망대까지는 엘리베이터도 있고 계단도 있는데... 당연히 전자.

내려올 때 걸어서 내려와 봤는데 굳이 시도해 볼 필요는 없었던 것 같네요.

두 애니 모두 이곳이 등장했네요.

청춘돼지는 본 지가 꽤 돼서, 여길 온 주목적은 봇치더락이었지만요.

등대를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면 위에 봇치더락 사진에 나오는 실내전망대에 도착하는데,

거기서 계단으로 한번 더 올라가면 야외 전망 플로어에 올라오실 수 있습니다.

밑에는 실내라 춥지는 않은데 유리 때문에 빛 반사가 거슬리더라고요.

 

에노시마역 근처부터 걸어온 길이 한눈에 보이네요. 슬슬 해가 저물 시간이라 어둑어둑합니다.

여기서 선명하게 보이는 후지산. 언젠가 근처까지 가보고 정상도 찍을 날이 오겠죠?

글 쓰는 시점에서 일단 근처까지 가기는 달성했네요. 

 

시야는 계속 흘러가는 채, 밤을 향해 시곗바늘은 하염없이 달려 나갑니다.


에노시마를 굳이 가마쿠라보다 나중에 온 이유입니다.

물론 가마쿠라의 관광지들이 이른 시간에 문을 닫는 점도 고려하였지만,

에노시마를 먼저 갔다가 가마쿠라 가면 이 해질녘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게 되니까요.  

내려가는 길에 아까 봤던 즈이신몬을 다시 봤는데,

어둠 속에서 조명에 감싸져 있는 편이 낮보다 분위기가 예뻐 보이네요.

돌아가는 길이 아쉬워서 뒤돌아본 에노시마... 꼭 다시 올 테니 좀만 기다려라. 쓰나미는 안 된다.

에노시마는 성지순례를 차치하더라도 방문하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여행지였습니다.

이번 도쿄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많이 남네요.

 

특이하게 생긴 이 역은 카타세에노시마역입니다. 뭔가 용궁 입구처럼 생긴 것 같기도...?

아마 신주쿠에서 오시면 여기로 오실 텐데, 저는 오다큐 에노시마선을 타고 후지사와역으로 갑니다.

밤에는 갈 곳이 따로 있거든요. 


도쿄 - 카나가와 여행도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다음 요코하마가 마지막이 될 테고, 그다음은 또 새로운 여행지를 들고 오겠죠.

 

대부분 가마쿠라와 후지사와를 세트로 당일치기 다녀오시는데,

저는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아서 저녁~밤에 요코하마까지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대체로는 저 두 곳만 다녀와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고,

요코하마를 가신다면 다른 날을 하루 잡아서 가는 편을 추천합니다.

혹은 에노시마+요코하마만 봐도 괜찮겠네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꾸벅.